글을 쓰면 '~하는 이유'라는 제목을 종종 붙이게 된다. 쓰다 보니 이유가 많아졌다. 긍정적인 이유는 무엇이든 계속하고 싶게 만든다. 이유는 붙이기 나름이다. 내가 좋으면 좋은 거니까.
첫째, 혼자 있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글을 쓰기 위해 타이머를 맞췄다. 몇 문장 쓰지도 못했는데 반이나 지났다. 세 줄 적으려고 이렇게 시간을 써도 되나 싶지만 글 안 쓰면 뭐 할 건데. 그 시간에 또 캔맥주나 따겠지. 책을 읽기도 한다. 다음 글을 쓰기 위해.
브런치 작가가 된 후 퇴근하고 약속 잡는 일이 거의 없다. 칼퇴근을 바라보며 오로지 집으로 향한다. 나에게 시간을 내어주려 한다. 저녁 먹고 남편이랑 걷거나, 나가지 않는 날은 온라인으로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금방 배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노트정리도 해야 되고 설거지도 해야 된다. 청소는 미뤄도 빨래랑 설거지는 미룰 수 없다. 지루할 틈이 없다.
둘째, 생각이 확고해진다.
아직도 우유부단한 면이 많다. 글을 쓰는 동안 생각을 정리한다. 반성만으로 끝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다르게 변화할 수 있을까 찾아본다. 쓰면서 하나씩 자리 잡는다. 생각이 확고해지면 멈추지 않는다. 다음으로 이어간다. 오늘 쓰면 내일도 쓰고 싶다.
셋째, 보람과 성취가 있다.
텔레비전을 보며 맥주를 마시는 것. 지금 당장 느낄 수 있는 쾌락이다. 글을 쓰면 애를 써야 한다. 한 문장 한 문장 생각나는 대로 쓰기도 하지만 이내 다음 문장이 막히는 경우가 훨씬 많다. 창을 닫기도 하고 끝까지 쓰기도 한다. 애쓴 만큼 보람과 성취가 있다. 그 느낌 아니까 퇴근 후 자정 넘어서까지 이 글만 붙잡고 있다.
좋아한다고 속으로만 생각하면 누가 알아줄까. 글쓰기에게 고백하듯 편지를 쓴다. 쓸수록 마음이 진해진다. 내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무반응일 때가 허다하다. 그래도 뱉어내는 이야기는 다 들어준다. 혼자 좋아하고 혼자 상처받는 게 일상이다. 단단해지고 있는 중.
제목을 '이토록 글쓰기가 좋은 이유'라고 적으니까 진짜 좋았나 싶기도 하고 애착도 간다. 좋으면서 답답하고 매일 보고 싶다. 어떻게 구워삶아볼까 궁리를 해본다. 좋아하는 마음이 먼저 여야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게 된다. 손에 잘 안 잡혀서 그렇지. 쉽게 가졌다면 소중하게 느껴지지도 않을 것 같다.
이토록 글쓰기가 좋은 이유는 이 어려운 걸 계속해서 이어가는 나 자신이 대견해서다.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흔적이 된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나는 글을 남긴다. 잘 쓰는 글보다 쓰는 삶이 먼저다. 마음 가는 대로 써 보련다. 생각하는 대로,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니 믿고 쓰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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