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이반짝 May 06. 2024

알찬 공휴일


6일인 오늘은 어린이날 대체공휴일이다. 공휴일은 2시까지 근무다. 오늘은 대체라는 이유로 7시까지 정상근무다. 정식 공휴일이 아니라서 그렇(단)다. 개인의원에 다니면 어쩔 수 없다. 만 꽁한 건 아니지만 계속 이런 마음으로 있을 순 없다.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잠시 나왔다. 초록이를 보고 있으니 꽁했던 마음이 일시적으로 누그러진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왔다. 오전에 친정에 들렀다가 아이들은 놔두고 집으로 왔다. 아이들이랑 어디 가지도 못했다. 아니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집에 조용히 있을 수 있어 좋았다.


어제 내린 비로 나뭇잎들이 한껏 더 푸르고 웅장해졌다. 보고만 있어도 눈이 정화되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좋고 다 좋은데 하나 거슬린다.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남학생  명과 여학생 두 명이 공원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버스런 말과 커다란 웃음소리 씨*은 기본이며 여학생들에게도 서슴지 않게 욕을 사용한다. 친구들도 익숙한지 개의치 않는다. 쉬려고 나왔다가 절로 인상이 찌푸려진다. '얘들아 예쁜 말 하면서 살기도 빠듯한데 그렇게 에너지 써가며 나쁜 말할 려가 어디 있니'라고 하지도 못한다. 듣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 단속이나 더 잘하자 싶다. 말은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같이 귀로 듣는다. 듣고 싶지 않아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듣게 된다.


책임질 수 있는 말을 내뱉고 한번 더 생각하고 말해야겠다. 표현은 하고 싶은데 오목조목 말하지 못하여 글을 쓴다. 필력이 우수하여 내가 생각하고 느낀 그대로를 전달하고 싶다. 말할 기회가 많고 좋아했다면 유튜브를 찍었을지도 모른다. 독서를 하다 보니 쓰고 싶었고 쓰다 보니 말도 잘하고 싶은 욕구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쓰면서 중얼중얼 거린다.

역시나 공휴일 오후는 조용하다. 집에 있는다고 글이 술술 써진다는 보장은 없다. 나무도 보고 하늘 보는 기회도 얻었고 고등학생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그냥 그렇게 보낼 수밖에 없는 시간을 붙잡는다. 배부른 투정이다. 취업도 어려운 시기에 다니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아직 두 시간이나 남았다. 이 정도면 알찬 공휴일이지.





작가의 이전글 시험이 뭐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