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중학교 원서를 썼다.어련히 밟아야 할 절차인데 마음이심란하다.지금이대로가 좋은데 아이들은 뒤 돌아볼 겨를도 없이 자라기만 한다.
2년 전 첫째가 중학교 원서 쓸 때랑은 또 다르다.큰아이는 다행히 1 지망에 적은 중학교에 갔다. 둘째도 언니와 같은 학교에 가길 바라지만 아직은 모른다.둘째는 항상 어리다는 느낌이 있다. 아기티를 벗어난 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어린이로 남아주길 바랐다.곧 있음어엿한 청소년이 된다. 언니도 중1부터 서서히 뾰족해지기 시작한것 같다.초등학생 때만 해도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았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벽을 향해 말을 하는 날이 늘어만 간다.
둘째에게 신신당부를 한다.
"우리 둘째는 언니 따라 하면 안 돼"
언니처럼은 안될 테니 걱정하지 마란다.고마워해야 할지 언니랑은 또 다른 성격이라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가진 않을까 긴장되기도 한다.
나의 중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라떼는 말이야'가 절로 나온다. K친구와 다른 동네에 난 불구경을 멀리서 바라보다같은 반친구 I를 만났다. I는 집에 개를 키웠고 게임기가 있다고 하였다.HOT 인형을 만들어 잡지사에 보내고 만화방을 자주 갔었다. 혹해서 놀러 간 집에 그 길로 눌러앉아 우리 세명은 지금도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나의 부모님도 맞벌이였다. 사실 이때 집에서의 기억보다 친구와 놀았던 장면이 남는다. 아직도 그때가 생생한데 벌써 나의 딸들이 중학생이다. 두 딸의 중학교 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다행히 첫째는 초등보다 중등생활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 큰 걱정거리 없이 잘 다녀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공부만 안 건드리면 평화롭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지만 머무를 순 없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출가를 하기까지 빠르면 4년 남았다.초등학생이 되었다고 바로 어릴 때의 물건을 정리하지 못했다. 물건이 아닌 추억을 버리기 싫어서였다.
나는세번째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아이보다 엄마인 내가 더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는 몸도 마음도 무럭무럭 성장하는데 엄마인 나는 아이들이 자라는 속도보다 늘 마음의 준비가 느리다.하루에 세 군데 놀이터투어를 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둘째가중학생이라니.
25년 한 해는 온전한 중등엄마가 된다. 첫째는 중3 둘째는 중1이다. 겨우 적응한다 싶으면 큰아이는 얼른 고등학생이 되겠지.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둘째의 중등3년과 나의 3년은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내년부터 인생의 속도가 점점 더 가속도를 밟을 것같다. 초등학교 시절의 6년과 중고등의 6년은 확연히 다름을 짐작한다. 아이들만 바라보기엔 나도 마흔 중반지점의 또 다른 중요한 시기로 달려간다. 큰아이와 둘째가 중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나도 엄마로서 나로서 멋지게 졸업장 받을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