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니 시어머니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머니 오셨어요" 내가 좋아하는 감자볶음과 아이들과 남편이 좋아하는 달걀야채 전을 만드는 중이었다. 따끈할 때 주워 먹어야 제일 맛있다.
한 시간 전에 남편과 주고받은 대화내용은 오늘 저녁은 짜파게티를 먹자고 하였다. 미리 해놓은 말이 있었기에 같이 먹기로 했다. 남편이 짜파게티를 끓이는 동안 거실테이블에 먹을 음식을 옮겼다. 잠시 앉아 휴대폰을 보는 사이 시어머니가 나에게 불쑥 건넨 한마디.
우리 며느리 매일 술 뭇나?
순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니까.
"네" (그랬었네요)죄인은 아니지만 고개는 들려지지않았다. 이 위기(?)를 면하고자 남편이 다급하게 정적을 깼다.
"내랑 같이 마셨다. 많이 마신 건 아니고. 지금 말고 예전에~~~"
고마웠다. 나름 그럴듯하게 대변해 주었다.
그렇다. 시어머니는 지난달 출간한 나의 책을 읽고 건넨 말이었다. 책을 보셨다니 굳이 다른 변명은 하지 않았다. 지금이 중요하다는 걸 나는 알고 있으니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한 달 전어머니에게 책을 냈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말을 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그렇고 대략 난감했지만 첫 책의 설레는 마음이 앞서 널리(?) 알릴 수밖에 없었다. 책 몇 권 더 팔아볼 심산은 결국 신상만 털리고 말았다. 시댁 쪽으로 얼마나 더 알려졌는지 알 수는 없다. 브런치에 쓴 내용을 바탕으로 출간하였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물론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 시어머님의 공도 크기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마신 건 맞네"라고 하시며 다 읽어간다고 바빠서 하루 만에는 못 읽겠다고 하였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책을 읽고 던진 한마디는 굵고 짧게 뇌리에 스쳤다.
더는 묻지 않으셨다. 그리고 늘 그랬듯 설거지를 해주신다. 놔두라고 하면 "내가 하는 게 마음에 안 드나?"라며 섭섭해하신다. 예의상 드리는 말이지만해주고 가면 편한 건 사실이다.
가끔 내 마음도 모르겠는데 어머니 마음까지 다 알 수는 없다. 같은 여자지만 서로 다른 상황까지 헤아리려니 어려운 거다. 깊게 파고들지는 않는다. 지금 편하면 된다. 오늘 어머니의 질문이 잊힐 수 있도록 며느리로 또는 작가의 모습으로 내년에는 또 다르게 깜짝 놀라게 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