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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05. 2024

슬기로운 중독생활


일 년 전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알코올 중독이라고. 아니라고 부인할 수 없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빠져나오지 못했다. 저녁은 뭐 먹지라고 고민하는 순간 그날의 주종이 달라졌다. 오늘은 안 마셔야지 하면서 집에 도착한다. 먼저 퇴근한 남편이 삼겹살을 굽거나 김치찌개라도 있는 날이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미 내 몸은 마트로 향하고 있었다. 맑은 영혼의 이슬 한 병이면 노곤한 하루의 보상으로 충분했다. 메뉴는 핑계다. 그냥 마시고 싶었던 거다.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마시는 순간의 쾌락을 꼭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다음 날 다시 행동으로 반복한다. 나만의 혼술상을 차려놓았을 뿐인데도 어서 오늘 속상했던 일을 들어주겠노라며 마음껏 털어놓으라고 말한다. 한잔 두 잔 비워질 때마다 그랬구나 하며 공감해 주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척 점점 나의 시간과 내일, 미래의 발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지금 여기 당장의 의미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확인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양치할 때도, 출근할 때, 점심시간, 자기 전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 드나든다.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확인했다. 알람의 노예가 된 것 같아 꺼두었지만 이미 습관이 되어버려 수시로 드나들었다. 그들의 이야 나의 상황이 궁금하다. 브런치스토리는 그렇게 나의 하루고 일상이 되었다.

일 년 전 마트 사장님과 절친이 될 뻔한 나는 이제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들과 내적친분을 쌓는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나도 이렇게 생각했고 써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내 손가락들이다. 주야장천  글만 보면 뭐 하나. 내 글을 내어놓아야 하는데 하루이틀이 지날수록 애간장이 타들어간다. 이곳에 애걸복걸 매달리고 파고들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목표를 만들게 되었고 출간했고 미래의 꿈도 다시 꾸게 되었다.

제는 퇴근하기 전 그날의 저녁메뉴에 맥주냐 소주냐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쓸지 늘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가 한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중독으로 갈아탔다.






어디에 관심을 두고 그곳에 몰두하느냐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진다. 그 자리에 머물 것인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될 것인지.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 당장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내 미래가 결정된다.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브런치스토리라는 바다를 헤엄치는 중이다. 어디에 도착할지 모르는 등대를 향하여 나아간다. 수영하는 방법을 몰다. 허우적거리다가 악플이라는 먹지 말아야 할  들이켤 때도 있다. 글감이란 구명조끼를 입고 나아가기도 하며 작은 배에 올라타 조폭(조회수폭등)을 만나기도 한다. 파도에 떠밀려 세월만 보내지 않도록 한 편의 글을 발행하며 생존수영을 나가야겠다.


어느 순간 내 삶 깊숙이 들어온 글쓰기. 작가라는 호칭 아직도 낯설지만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에서 기로운 중독생활 빠져들고 있다. 알코올 중독보다는 백배는 의미 있고 멋있으니까.  



어딘가 한 번쯤은
풍덩 빠져본 경험 있으신가요?

꿈은 의미 있는 중독에서 일어난다.
그 의미는 내가 부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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