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었다. 왼쪽에는 아이스라테가 든 텀블러가 있고 열 손가락은 블루투스 키보드 위에 놓여있다. 오른쪽에는 노트가 있고 삼색볼펜이 올려져 있다. 이번주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할 <불변의 법칙>이란 책도 펼쳐져있다. 바로 앞에는 6인용테이블과 긴 원목의자가 있고 정면에 보이는 곳은 부엌이다.
'아, 설거지를 안 했네'
7시에 퇴근하여 둘째랑 먼저 저녁을 먹었다. 8시에 퇴근한 남편과 학원에서 돌아온 첫째가 뒤늦은 저녁을 먹어서 한꺼번에 설거지를 하려고 던져놓았다. 9시에 글쓰기 수업이라 그 사이에 설거지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았다. 바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좀 있다 하면 된다. 여유 있게 수업들을 준비를 하였다.
집에서만큼은 조급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 쉬어가는 공간.무슨 일이든 언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기보다 내가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느긋한마음을가지려고 한다.학생이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한다면 주부는 자기주도살림을 해야 한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살림이라면 어쩔 수 없이 하기보다 하나를 하더라도 즐겁게 하려 한다. 유튜브를 볼 수 있는 공식적인 시간. 이어폰을 장착하고 영상을 고른다. 요 근래는 김창옥, 김미경강사님 영상을 보면서 설거지를 한다. '맞네. 맞아!' 하다 보면 음식물 찌꺼기와 동시에 내 마음도 같이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내가 정한 시간에 설거지를 끝내고 깔끔하게 정리된 주방을 보며 마음공부도 덤으로 하게 된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곳은 거실에 있는 6인용 식탁이다. 매일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곳이자 읽고 쓰며 강의도 듣는다. 거실은 나의 서재이자 집필실, 꿈을 꾸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울고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식탁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느냐에 따라 시선이 집중된다. 부엌으로 보고 앉은 지 한 달쯤 되었다. 부엌과 거실.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자 소중한 곳이다. 우리 집의 중심. 나는 매일 이곳에 앉아 자기주도인생을 바라며 글쓰기도 멈추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