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재미를 잊은 당신께...
오티움, 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 문요한, 2020, 위즈덤하우스
“왜 굳이 마흔이 넘어서 발레를 배웁니까?”
“왜 로스팅한 원두를 사면 되는데 시간을 들여가며 생두를 볶습니까?”
“왜 이 추운 겨울에 칼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탑니까?”
“왜 전공자도 아닌데 잠자는 시간을 아껴 철학책을 봅니까?”
질문을 받은 사람들의 공통된 답은 무엇일까? 그들의 답은 모두 같았다고 한다.
“좋아서요!”
우문현답이다. 쉼을 마다하고, 보상이 없고, 때로는 주변사람에게 비웃음을 듣기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무엇인가를 하는 이유는 별 다른 것 없다. 그저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제목인 오티움(otium)은 라틴어로 ‘자신을 재창조하는 능동적 휴식’이란 뜻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이란 누워서 TV를 보거나 잠을 자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쉬는 날에도 일을 만들어서 한다. 사 먹어도 될 빵을 굳이 만들고, 달리기를 하고, 춤을 추러 가기도 한다. 그런 일을 하며 더 피곤하기는커녕 단조로운 삶에 활기를 얻는다.
저자 문요한은 이 책에서 행복의 핵심은 ‘좋은 경험’에 있고, 잘 노는 데 있다고 말한다. 잘 놀기 위해서는 자신을 기쁘게 하는 놀이를 찾아야 하는데, 이 놀이 또는 놀이를 하는 시간이 바로 오티움이다.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 우리는 숨바꼭질, 고무줄놀이 등을 하며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다. 놀이를 통해 친구와 사이가 좋아지겠다거나 몸이 튼튼해질 거라는 목적의식 없이 그저 재미있게 놀았었는데… 성인이 되면서 여가시간은 물론 휴식까지 의미 부여를 하려 한다. 언제가 더 행복했을까? 왜 어른들은 아무 생각 없이 놀지 못하는 걸까? 행복을 위한 오티움은 30~40대에도 중요하지만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은퇴를 앞둔 중년 이후 50~60대에게 더 중요하다. 그 시기에는 그야말로 오티움이 있냐 없냐에 따라 삶의 질이 급격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두 달 해본다고 자신의 오티움을 바로 발견할 수는 없다. 그래서 30~40대부터 자신이 무엇을 하면 즐거운지,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오티움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아서요!”
저자는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오티움을 발견하는 법, 오티움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놀이’이자 휴식이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는 경우도 있다. 취미로 즐기던 베이킹이 직업이 되어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하는 사람, 춤이 좋아 춤을 추다 강사가 되어 춤을 가르치는 사람, 틈틈이 만들던 뜨개질 – 자수, 가방, 옷 등 – 을 판매하는 사람 등이 등장한다. 즉 놀이였던 오티움이 발전해서 직업이 되는 경우다. 물론 취미가 일이 되는 것이 모두 좋은 건 아니다. 일이 되는 순간 재미가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례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재미있는 일을 하며 돈도 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지금껏 우리는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아끼라고 배웠다. 그래야 나중에 잘 산다고 믿고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실하게 노력하는, 개미 같은 삶을 높이 평가하고 여가시간과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베짱이 같다며 비하하기도 한다. 노력하는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놀기만 해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도 않다. 오히려 놀이가 있기에 본업에도 더 충실할 수 있고, 놀이를 통한 미래를 말하고 있다.
기존의 문요한 작가의 책보다는 한결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내가 관심이 많은 주제라서 그런 것 같다. 또한 다양한 사례가 책을 더욱 풍성하고 생생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사례 중에 나의 이야기도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