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꾼 나의 인생책
희망의 밥상은 침팬지 전문가로 알려진 제인 구달이 그의 동료와 함께 우리가 먹는 식품에 대한 문제와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쓴 책이다. 침팬지 전문가가 식품에 관한 책이라니…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동물에 대한 사랑과 올바른 식생활은 동떨어진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케냐의 침팬지가 아프리카의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면 잘못된 식생활 역시 우리의 환경에 대한 문제와 인식을 제기한다.
동네 마트에만 가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온갖 패스트푸드와 첨가물이 잔뜩 들어간 공장 생산 식품들. 이제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패스트푸드를 먹이는 데 주의를 기울인다. 그러면 필리핀에서 수입된 열대 과일이나 남미에서 건너온 수퍼 푸드, 국내 생산 고기와 생선들은 괜찮은 걸까? 이 책은 이런 수입 과일이나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공장식 양계장이나 사육장에서 길러지는 닭과 축산물, 유전자 조작이나 항생제를 과다 투여한 농산물도 우리에게 치명적인 해로움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거대한 자본주의 기업들에 의한 대량 생산은 식품의 가격을 낮추고 서민들도 싼 값에 고기와 채소, 과일 등을 더 많이 먹을 수 있게 했다고 광고하지만, 사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서민의 건강한 식생활이 아니라 오직 자기업의 이윤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로 인해 동식물의 생명은 물론 결국 인간의 생명까지도 위협하는 비윤리적인 행위에는 눈을 감고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제인 구달은 우선 육식을 끊고 채식을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공장식 사육장에서 생산된 축산물들을 먹지 말자고 주장한다. 또 푸드 마일리지가 짧은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소비할 것을 권한다. 무엇보다도 본인의 몫보다 넘치는 탐욕스러운 식생활을 자제할 것을 부탁한다.
사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양의 음식만 먹어도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대부분의 소비 생활 습관병은 개선될 수 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찌고, 찐 살을 빼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느라 별도의 시간과 돈을 소비하고… 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모순된 생활 습관인가? 먹는 양만 조금만 줄여도 될 것을.
제인 구달은 본인의 건강한 삶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의 삶을 위해서도 채식과 소식으로 식습관을 바꿀 것을 제안한다. 그녀 자신이 세 명의 손자, 손녀가 있기에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007년, 충격과 두려움으로 시작했던 채식.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채식, 소식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완벽한 채식주의자 – 비건은 아니다. 우유와 유제품을 즐겨 먹으며 생선과 해산물도 먹는다. 또한 소식을 완벽히 실천하고 있지도 않다. 평소에는 배부르지 않게 조절하며 먹으려 하지만 특별한 경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몸이 원한다는 변명을 하며 배가 터지는 느낌이 들 때까지 먹기도 한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 조금 더 실천하며 언젠가는 온전한 비건이 되려고 한다. 또 태국에서 수입한 망고나 칠레에서 수입한 포도 대신에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한 사과나 감을 먹으려고 한다. 그리고 언젠가 엄마 나이쯤 되었을 때 지금 엄마가 하시는 것처럼 집 근처에 텃밭을 두고 채소를 기르며 이웃과 함께 나눠 먹는 기쁨을 느끼고 싶다.
그동안 어떤 훌륭한 작가나 사상가의 책을 읽고도 감동과 깨우침은 있었을지언정, 실제로 생활에 적용하고 습관을 바꾸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은 30년이 넘은 나의 생활습관을 바꾸고 건강한 삶과 환경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게 한 유일한 책이다. 비판이 있고 이런저런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이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는 최고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