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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 Oct 15. 2023

정해진 미래, 그리고 그 미래를 살아갈 우리들

인구학적 관점에서 예측하는 미래 유망 직업?

"인구학이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삶이 그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성찰한다면, 비록 객관적으로 좋지 못한 여건이라 해도 자신의 미래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가 쓴 <정해진 미래: 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 조영태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가르치는, 국내에 얼마 안 되는 ‘인구학자’이다. 그는 인구학을 공부하면서 사회 변화와 미래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하는 수단이 ‘인구 변동’이란 것을 깨닫고 이를 읽어내는 해석력을 가져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인구학의 관점에서 볼 때 모든 미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설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것을 아는가 모르는가가 개인과 사회의 운명에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관심과 예측이 어느 때보다 큰 지금, 특히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미래를 예측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와 관련된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래에 대한 대비는 아이들을 위해서 뿐 아니라 앞으로 40~50년을 더 살아갈 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의 인구변화를 생각할 때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국가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 인구가 줄어들어 성장이 둔화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개인적으로는 20년 이상을 경제 활동을 못 하고, 게다가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요즘도 종종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군 X가지’가 주요 기사가 되는 일이 있다. 그렇다면 10년 또는 20년 후에 유망할 직업을 인구학적 관점에서 잘 찾아내서 그 일을 선택하고 열심히 한다면 실업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잘 살 수 있을까?


 지금 예측하는 10년 뒤 유망 직업은 진짜로 희소성과 안정성을 갖춘, 경제적 부와 사회적 성공을 가져다주는 직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30여 년 전에 가장 유망 직업으로 예상되었던 직업은 운전기사이다. 유망 직업은 그야말로 유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확률적 예측일 뿐이다.  

그림 출처: https://www.mentalup.co/blog/best-jobs-for-future


일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면 사회 전반에 다운사이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면 해외 교역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중략> 이렇게 되면 우리의 아이들이 해외 경험을 많이 쌓을수록 좋은데, 그러려면 양질의 채널을 국가가 만들어 놓아야 하고, 이를 위한 지출을 아껴서는 안 된다. 한마디로 ‘아빠 카드’보다‘ 정부 카드’가 훨씬 좋아야 하고, 그 카드를 쓸 수 있는 곳이 매우 다양해져야 한다. 아이들이 정부 카드를 활용해 국내건 해외건 수년간 경험을 쌓고 나면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갖고 무엇을 할지 혹은 대학에 진학해 무엇을 공부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인생 진로를 찾게 되지 않겠는가?
만일 우리 아이들이 경제적 부나 사회적 성공의 잣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봉사하고 희생하는 직업을 선택하라고 말하겠다. 한 사회에서 직업적 지위는 경제력, 명예, 만족감 등에 의해 정해지며, 이것들을 결정하는 조건은 희소성, 전문성 그리고 안정성이다. ~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이 3가지 조건이 충족될 수 있는 직업이 있다면 그것을 자녀들에게 권해봄 직하다. 물론 그 선택은 우리 아이들 스스로 해야 하겠지만.


이 책의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인구 구성이 변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그리고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은 현재와는 다른 세상일 수밖에 없다. 엄마 아빠가 열심히 공부하고 찾아봐서 미래에 유망한 직업을 자녀에게 권해 주고 이에 대한 교육을 시켜줄 수 있겠지만, 10~20년 후에 그 직업들이 실제로 유망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인구 변동은 그나마 가장 정확한 미래 예측 툴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다른 나라의 영향 등 예상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발생함을 고려할 때 이를 기반으로 미래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다른 버전의 잘못된 진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삶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춰야 할지를 가르치고, 변화하는 세상과 다른 환경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는,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40대 이상에게는 이런 변화에 대한 적응 없이도 그럭저럭 잘 살다가 삶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20대에게 미래는 지금과 같은 교육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공간이 될 것 같다. 


 결국 우리들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유망하다고 예측되는) 직업 교육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 -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인사이트를 갖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출처: https://www.forbes.com/sites/cathyhackl/2020/06/24/how-technology-will-create-these-7-jobs-in-the-future/?sh=13ad9b597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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