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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Mar 23. 2024

어디까지가 학교폭력일까?

학교폭력의 기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얼마 전 씩씩거리면서 이런 얘기를 한다.

"엄마, 나 한 달안에 70킬로 될 거야!"

잘 안 먹는 아들이 잘 먹고 살찔 거라고 하니 옳거니 잘됐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때까지는 잘된 일인 줄 알았다...


집에 와서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자기보다 키나 몸무게가 월등히 많이 나가는 짝이 자꾸 자기를 괴롭힌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는 지우개가루를 날리며 뭐라고 하면 욕을 하며 조용히 하라고 한다고 한다.
같이 운동하자고 데리고 가서 반칙을 쓰면서 힘으로 밀어서 넘어뜨린 후 다치게 만든 후 반칙이라고 얘기하면 친구들끼리 하는 건데 반칙하면 어떠냐고 막무가내로 자기 뜻대로 한다고 한다.
이 외에도 힘으로 괴롭힘과 너 따위가..라는 등의 비하발언, 욕설 등이 입학한 후 2주간 점점 더 강도가 지나쳐서 아이는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집에 와서 얘기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학교 첫 학교총회를 갔더니 교장선생님과 학부모대표께서는 우리 학교는 개교 이래 학교폭력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학교폭력에 대해 예방교육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 가해자 아이는 같은 중학교와 붙어있는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그 말은 교장선생님이 같다는 얘기였다.

비록 개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라서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것일 수 있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날 아이는 그 짝 때문에 새로 세탁해서 입은 교복이 엉망이 되어서 왔고 나는 말없이 교복세탁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어디까지가 학교폭력일까?


물론 내 아이가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갔다면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했다.

그래도 초등 6년 동안 말썽 한 번 부린 적 없고 매년 반장을 할 만큼 아이들과 잘 지내고 성실하게 살았던 아이라 사실 중학교 입학하고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갑자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신경 쓸걸...


우리는 아이가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점에 대해서 하나하나씩 종이에 적어나갔다. 적으면서 나는 마음이 몇 번을 울컥했다. 내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남자아이들의 세계가 원래 이런 것인가? 놀이라는 명칭아래 힘으로 굴욕을 주고 욕설을 마음껏 하는 게 정상인 걸까?

나와 내 아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걸까?

그러면서 학교폭력의 개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어디까지가 장난이고 어디까지가 폭행일까?


욕설... 언어폭력

친한 친구끼리 욕을 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고 서로 잘 지낸다면 폭력이 아니다.

하지만 내 아이는 싫다고 표현했을 때 욕을 하며 강요를 당했다. 그 외 반복적인 비하적인 발언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리게 만들었다.

이건 언어폭력이 맞다고 판단했다.

폭력... 몸놀이?

선생님과 상담하는데 아이들끼리 몸놀이를 하다가 라는 표현을 하셨다.

몸놀이?

이걸 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싫다고 하는데 자기 친구와 같이 억지로 힘으로 가두는 행동을 몸놀이라고 했다

 운동하자고 데려가서 자기 뜻대로 편을 나누고 반칙을 쓰며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힘으로 밀어서 넘어지게 만드는 걸 같이 운동했다고 한다.

이건 분명한 폭력이다.


놀이라는 건 서로 합의하에 즐겁게 노는 게 놀이이다. 하지만 한 사람은 싫다고 괴로워하는데 혼자 즐겁게 노는 건 놀이가 될 수 없다.

선생님께 다소 강하게 어필했다.

"선생님 그건 몸놀이라고 표현하시면 안 됩니다!"

선생님이 무슨 죄일까? 말하는 나도 미안해서 선생님께 미안하다고 말하며 하지만 몸놀이에 대한 정의를 말씀드리며 이건 폭력이라고 정정했다.


다행히 좋은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의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강한 학교분위기로 인해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선생님께서는 가해자 아이의 사과, 가해자부모의 상담, 나와 내 아이의 상담을  해주셨다. 그리고 자리를 바로 바꾸어 주셨고 교실 내 금지행동에 대해 강하게 얘기해 주셨다. 이런 실행력으로 우리 아이는 새 학교 새 교실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고 다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친한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교실에 30명 중반의 어른만 한 덩치의 아이들이 빼곡히 앉아있다.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에게도 분명히 얘기했다. 모두가 너의 친구가 아니다. 굳이 모두에게 잘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 서로 맞지 않으면 가까이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서로 맞지 않는데 친구라는 이유로 끌려가다 보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

그 아이가 사과를 하며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 더 친하게 지내자!"

우리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앞으로 너와는 다시 친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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