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풍경 2

90년대 이후

by 김도형


8,90년대 경제 호황기에 거품이 발생하면서 정치권과 경제계의 유착과 권력형 부정부패가 심해졌다. 국가 행정력이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을 컨트롤하지 못하며 취약점을 드러나자 외국 정부의 간섭과 국제적인 헤지펀드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최우방인 미국과 일본에 외환 대출을 긴급 요청했으나 냉정하게 거절당하고 결국 국가 경제는 1997년 말에 저승사자와 같다는 IMF의 관리 감독 하에 놓이게 되었다. 은행 금리는 단기간에 25%로 올라가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대기업이 해체되고 중소기업이 줄도산하였다. 은행도 헐값에 외국계로 넘어가고 사무직, 일용직을 막론하고 대규모 실직 사태가 벌어졌다.


(나와 가까웠던 한 선배는 대기업에서 권고사직 처리된 후 증권사에서 임시직으로 잠깐 일한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지방의 작은 도시로 내려갔다. 그 과정에서 부인과 아이들과 헤어졌다. 몇 년 뒤 서울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수염을 기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굴곡진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글을 써서 모 문학지에 등단했음을 알려왔다. 그리곤 다시 연락이 끊겼다.)


이 청천벽력 같은 상황을 맞은 이들은 전 국민이지만 직접 해고를 당한 이들이 바로 baby boomer 세대이다. 전문가 몇 외는 아무도 이 사태를 예상 못했기에 무방비로 일상생활이 와해된 가장들은 길가의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절망한 나머지 스스로 목숨을 버린 사례도 종종 있었다.


이후에 전 국민이 일치단결하여 합심한 결과 imf 사태를 조기 졸업하였지만 개인으로는 재기에 실패하고 현재까지 중장년의 빈곤 상태에 빠져있는 경우도 많다.(게다가 현재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가장이 이러한 상황에 처한 경우 나머지 가족들도 유사한 고통을 겪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가정이 와해되었다. 가족을 부양할 능력을 상실하여 가족을 떠난 이도 있고 가족 때문에 견디고 버텨낸 이도 있었다. 그때 태어난 지금의 20대 중 일부는 어릴 때부터 어려운 가정 상황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30대 일부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로 가정 경제가 갑자기 파탄 나거나 부모님이 이혼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을 것이다.


Imf 사태 이후 한국의 경제 체질은 국제 수준으로 개선되었고 약 10년 후의 리먼 사태의 폭풍우도 잘 버텨내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발생했고 국부가 유출되었으며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평가도 상존한다.


대한민국의 베이비 부머가 전 생애를 걸쳐 경험한 것은 때론 생사를 넘나드는 우주적 롤러코스터이었다. 덩달아 가족 구성원까지 그 끔찍한 체험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후 직업에 대한 선호도도 급변했는데 월급은 적어도 고용이 불안한 사기업보다 시장 변화에 덜 영향을 받는 공무원이 인기를 끌었다. 그때부터 영등포 공무원 준비 학원은 20년 넘도록 지금까지 성업 중이다.




과거와는 달리 50대는 전 생애의 중간 세대이며 여러 가지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사회 시스템은 전과 다를 바가 없어 효율성의 잣대로 가치를 평가절하하며 은퇴를 강권한다. 젊은 세대를 위해서도 적어진 일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도 받는다. 그런데 주변의 동료들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그 젊은 세대인 자식들을 거두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일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50이란 숫자가 주는 느낌은 다양하다. 중간이라는 어설픔이 배어나기도 하고 아직은 채워야 할 많은 것들이 존재하는 것도 같다. 나이로 치면 과거 한창때의 열정이 부러운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의 갈 길이 또한 걱정스러운 것이다.


마라톤이라면 반환점과도 같으니 자연히 함께 뛰는 사람들과의 비교도 이뤄진다. 이른바 중간 결산인데 결과에 따라 자신감이 배가되기도 하고 자칫하면 의기소침해질 수도 있다. 배터리는 방전되어가는데 딸려있는 식구도 적지 않으니 한시라도 방심할 수 없는,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야 하는 시기이다.


점차로 노환에 시달리는 부모님, 장성하여 목돈이 들어갈 자식들, 만성질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 육신. 경제력이 줄어들자 소원해지는 부부관계에 이르기까지 50대의 풍경을 수놓는 장식은 참으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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