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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Mar 16. 2024

신비와 사이비


 세상에는 사람의 상식이나 이성을 초월하는 신비한 일도 가끔은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누군가 살아있는 부처[생불, 生佛]라는 말을 자신의 신비함을 위해 사용한다면 요즘말로 ‘사이비’ 교주이다.  


 그리스도교에서와 마찬가지로 불교에도 사이비들이 횡행했다. 전통시대 중국에서도 그랬지만, 조선시대에도 자신을 살아있는 부처라 하며 다른 이의 금품을 갈취하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세력을 모으고, 다른 이를 부리는 교주로 군림하며, 심지어 국왕에 대한 반역도 도모하는 사건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1693년(숙종 19년) 6월 22일에 양주목사는 생불이라 불리는 승 여환, 용녀라 불리는 그의 아내 무당 원향을 체포했다는 보고를 올렸다.     


여환이라는 자는 본래 통천의 승[僧]이었다. 그는 석가의 운수가 다하고 미륵이 세상을 주관한다는 말을 주창하며 경기와 황해도 지역에 출몰하였다. 


그는 또 이 세상은 오래일 수가 없으니 마땅히 계승할 자가 있어야 할 것인데, 용[龍]이 곧 아들을 낳아 나라를 다스릴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무당인 원향이라는 여인에게 장가들었다. 그는 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오게 하는 예측 못할 변화가 있다고 하며 자기 처를 ‘용여인’[龍女]이라고 불렀다.     


여환은 생불을 자칭하며 괴이한 문서를 만들며 인심을 유혹하였다. 그리하여 도성에 들어가 대궐을 침범하기로 하였다. 버드나무를 깎아 칼을 만들고 베를 물들여 군복을 삼아 군장을 갖추려 하고, 훈련원의 포수와 군관도 포섭하여 동조하게 하였다. 


하지만 여환과 그 일당은 역모죄로 처형되고 군사들은 귀양형에 처해졌다.   


신비한 능력을 갖추었다고 하는 사람이 그 능력을 통해 자신의 일을 도모하려 한다면 사이비라고 생각한다. 그 능력을 자기를 내려놓고 다른 이를 위해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알 수 없는 영역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신비나 신통한 능력은 한 사람의 권력을 위해 작용되는 힘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신비가 아니라 누군가의 욕망이며 의도적인 술수일 것이다.   


※인용한 글은 《숙종실록》 19, 숙종 14년 8월 1일.

여환이 일으킨 생불 사건의 내용은 《숙종실록》과 문초기록인 《여환등추안》 참고.

여환부인 원향을 여환은 용녀부인[龍女夫人]이라고 칭했다. 여기에서는 편의상 용여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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