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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Mar 29. 2024

소에게 좋은 글 읽어주기

  소에게 경전은 왜 읽어줘서 "소 귀에 경 읽기"라는 속담이 전해질까. 소를 대하는 말을 놓고 황희 정승의 유명한 일화가 떠오른다. 


그가 고려 말 경기도 지방 향교의 선생으로 있을 때였다. 개성으로 올라가는 길에 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검정소와 누렁소 두 마리를 끌고 밭을 갈다가 쟁기를 벗겨주고 쉬게 하는 참이었다. 나무 아래 쉬는 노인에게 다가간 황희 정승은 자신의 말도 쉬게 해 주며 말을 건넸다.


  “저 두 마리 소가 모두 건장해 보이는데, 밭을 가는 실력은 우열이 있습니까?”


노인이 귓속말로 답하자, 황희 정승은 왜 소를 두려워하며 이렇게 가만가만 말하느냐 물었다. 노인은 황희 정승을 나무라며 말했다.      


“짐승이 비록 사람 말을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사람이 그를 착하다 하거나 악하다 하면 모두 알아듣소. 만약 자기가 열등하여 다른 소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속마음이 편치 않을 터이니, 짐승이라도 어찌 사람과 다르겠는가.”     


이 말을 듣고 크게 깨달아 황희 정승은 평생 겸손과 도량을 갖추려 했다는 일화다.      


  반려동물과 함께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기가 막히게 말 귀를 알아듣고 코가 막히게 감정을 읽는다. 그러니 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혹 소에게 경전을 읽어주고 못 알아듣지 못한다고 탓하지 말자. 그 마음을 읽었을 테이다. 


지구라는 움직이는 생명체가 아프니, 그 위의 생명도 온전하기가 힘들다. 짐승은 물론 풀 한 포기, 하늘의 구름도 사람과 소통한다. 온갖 생명체와의 소통과 공존의 의미가 황사 심한 오늘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 잘 알려진 황희(1363년, 고려 공민왕 12~ 1452년 조선 문종 2) 정승 일화 출처는 《대동야승》14. 송와집.


※ 그림 출처 :《슬픔도 미움도 아픔도 오후엔 갤 거야》, 흐름출판사, 2021,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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