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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Sep 01. 2024

대문에 쓸 시 한수

대문 앞에 큼지막하게 쓴 시가 붙어있다.     


한번 죽고 한번 살매 친구의 진심을 알 수 있고, 

한번 가난하고 한번 부유하매 친구의 태도를 알 수 있으며

한번 귀하고 한번 천해지매 친구의 속마음이 그대로 보인다.     


중국 한나라의 정승이 대문에 서 붙인 시라고 한다. 그가 관직에 있을 때는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다가, 관직을 그만두니 아무도 발걸음 하지 않았다. 다시 관직에 복귀하니 사람들이 예전처럼 몰려드니 드나드는 사람 보란 듯이 붙여둔 시이다.   


며칠 전 만난 친구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왔다. 오랜 지기와 동업을 해왔는데, 5년 만에 돈은 사기당하고 친구와는 법정 소송을 벌이고 있단다. 어디 그 옛날 정승과 내 친구만의 사연이랴.      


권세와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삶이고, 북새통은 아니지만 사람들과 만나며 살아왔다. 어느 날 법으로 엮어진 배우자의 원가족, 친구, 동료, 이웃사촌을 비롯해 걸어가는 길에 잠시 걸음을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 

걷다가 부딪혔던 사람, 넘어질 때 손 내밀어준 사람, 그저 같은 길을 조금 걸었던 사람, 때로 마음에 돌 던지고 가버린 사람까지...


그 모든 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써 붙이게 될 나의 시 한수는 무엇일까.     


일단 한 줄은 써 본다. 

“아무튼… 나는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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