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단편소설집을 출간했습니다.
송구하고 쑥스럽지만 인사드리고 싶어 글 올립니다.
출판사의 책 소개 일부를 그대로 빌려왔습니다.
찾아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엄마의 담장〉 작가 최선혜가 인간관계의 깊이를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소설 14 편!
매일이 특별할 순 없지만
평범한 일상과 뜻밖의 사건이
함께 빚어내는 현실은 아름답다!
작가 최선혜가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
평범한 날들 속에 숨겨진 감동의 이야기
매일이 특별한 삶이란 없고, 우리는 일상이라는 날실 사이로 벌어진 뜻밖의 사건을 씨실 삼아 인생을 태피스트리처럼 엮어 간다. 그런 측면에서 섬세하고 예민한 딸과 엄마의 여정을 표제작인 「10km 어디쯤」으로 담아낸 저자의 표현력은 흡사 색실 같다. 전작인 『엄마의 담장』에서 세 여인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아냈던 최선혜 저자가 열네 편의 단편으로 돌아왔다.
우리를 둘러싼 삶의 테두리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삶이 각자의 길을 살아내는 세상에서 여러 다른 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것임을 아는 저자는 ‘가정’과 ‘직장’에서 마주하는 엇갈림과 맞물림, 마주침과 헤어짐을 기민하게 잡아냈다.
하루가 생생하던 어린 시절에 비해 어른이 된 이후의 나날은 짐짓 단조롭다. 이는 우리가 더 이상 모든 순간을 자극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펼쳐놓는 이야기는 일상이라는 명목아래 우리가 놓쳤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편린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 그렇듯, 이 열네 편의 소설과 함께하는 생생하고 흥미로운 시간에서 독자는 인물들을 향한 따듯한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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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렇게 지나간 시간 속에 그에게 내 이름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이제 어떤 의미였든 달라질 건 없다. 딱 한 번 아주 늦은 밤, 완전히 술에 취한 그가 전화를 했었다.
“선주야. 지금 내가 술을 많이 마셨어. 그래서 하는 말은 아닌데 나는 네가 참 좋다. 너는 정말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난 네 삶을 존중한다.”
그 답지 않게 목소리 톤이 다소 높았고, 횡설수설했다. 그리고 끊었다. 그 고백에 그날 밤 내 심장은 지구를 뚫고 저 아래 어디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한 번 뿐이었다. 그 통화는 제목도 붙이지 못한 채 임시 저장되었지만 꺼내볼 일 없는 제목 없는 파일이 되었다.(p. 50)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다고. 이 집 반은 둘째 몫인데, 내가 임의로 집 담보 대출받아 너희에게만 주기가 어렵다고 했어. 그리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형수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더라. 나를 도둑년 취급하느냐며 이제부터 각자 따로 살자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알아서 밥 해 먹고 알아서 살라고. 서로 모른 체하고 각자 살자고. 아휴… 언제 우리가 제대로 밥이나 같이 먹었나. 어찌나 소리를 지르는지 옆집이 들을까 봐 겁까지 났다.”
“엄마, 잘 들으셔요. 그 집 엄마 집입니다. 이참에 아예 팔거나 전세를 내놓고 그 돈으로 실버타운 가요. 입주 보증금하고 매달 생활비는 당분간 그걸로 될 거예요. 연금으로 용돈 써요. 혹시 부족하면 나도 최대한 애써볼게. 엄마 아파트가 버스정류장도 바로 앞에 있고, 지하철도 6호선과 1호선이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시세보다 조금 낮게 내요. 실버타운은 어디가 적당할지 내가 조사해 볼게. 더 나이 들면 가고 싶어도 나이 많다고 받아주지 않아. 지금 엄마 일흔도 안 되었으니 잘됐어.”
엄마의 답변은 의외였다. (p. 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