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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의 사랑

-몇 백 년 전에 만난 노부부의 반려견 사랑과 내 사랑

by SeonChoi

박지원(1737-1805)의 『열하일기』에는 강아지를 사랑한 노부부를 만난 이야기가 나온다. 1780년 7월 10일, 박지원은 한 마을을 지나가다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주인의 수염 밑에서 갑자기 강아지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서 멈칫하니, 주인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나에게 앉기를 청했다...방 밖에는 교의를 마주하여 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할머니의 품에서도 강아지 짖는 소리가 더욱 사납게 들렸다.


박지원이 기색을 살핀 주인 부부는 강아지를 공개하였다.


주인이 천천히 가슴속에서 삽살강아지 한 마리를 끄집어냈다. 크기는 토끼만 한데, 눈처럼 흰 털은 길이가 한 치나 되고, 등은 담청색이고 눈은 노랗고 입 언저리는 불그스름하다. 노파도 옷자락을 헤치고 강아지 한 마리를 꺼내어 내게 보이는데, 털빛은 똑같다.


노부부가 모두 강아지를 품에 안고 생활하고 있었음이다. 때는 7월 복중이었는데도 말이다. 박지원에게 강아지를 보이며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손님, 괴이하게 여기지 마셔요. 우리 영감과 할멈 둘이서 하는 일 없이 집안에 들앉아 있으려니 정말 긴긴 해를 지내기가 지루해서 이것들을 안고 놀다가 도리어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곤 하지요. “


할머니가 말을 마치자 할아버지가 한 술 더 떴다.


"옥토아야, 손님께 인사드려라."

주인이 옥토아를 불러 인사하라 하니, 그놈이 오똑히 서서 앞발을 나란히 추켜들고 절하는 시늉을 하고 다시 땅에 머리가 닿도록 조아렸다.


주인 노인네는 마치 손주에게 하듯, 강아지에게 손님에게 인사하라고 시킨 것이다. 이름도 '옥토아'이다. '구슬 같은 토끼 아가'라는 의미를 지닌 이름이다. 할머니 강아지 이름은 '설사자'인데, '흰 눈 같은 사자'라는 뜻이다.


옥토아와 설사자를 품에 안고 살던 그 노부부, 240여 년 전에 이처럼 강아지를 사랑하여 함께 살며 위로받는 노부부의 일화를 읽고 반가웠다. 작은 생명과 사랑을 나누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역사의 흔적을 만나 기뻤다.


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반려동물' 문화에 대해 가끔 왈가왈부 논의가 일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짐승과의 소통이 주는 그 기쁨을, 그리고 서로를 돌보며 나누는 그 따뜻함을 말이다.


12년 반을 밤색 푸들, 수리와 함께 살았다. 특히 캐나다에서 외롭고 힘든 시간에 내 곁에 꼭 붙어 사랑과 위로를 주던 작고 따듯한 생명이었다. 암으로 떠나보내고, 많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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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릴 존재가 사라진 이름, 수리. 그 이름을 부르며 툭하면 눈물짓고, 지나가는 강아지만 봐도 눈물이 나왔다. 결국 강아지 상실로 인한 우울증 증세를 염려하는 가족들의 권유로 얼마 전 다시 푸들을 들였다. 두리...

수리는 여전히 아릿한 그리움으로 남아 있지만, 두리를 말 그대로 원 없이 사랑해 주려 한다.

두리를 보며, 여전한 그리움인 수리에게도 인사한다.

'수리야, 네가 있어서 행복했다. 고맙다, 내 곁에 머물러줘서.' '두리야, 우리 오래오래 함께 행복하게 살자.'


(열하일기 번역문 출처는 한국고전종합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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