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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내리는 비

by SeonChoi

중국 한나라 선제 때, 동해군에 살던 한 며느리의 눈물이 비로 내렸다. 자식도 없이 청상과부가 되었으나, 시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했다. 시어머니는 젊디 젊은 며느리에게 자신이 부담이 된다 생각하여, 그만 스스로 목을 매어 죽어 버렸다.


그러나 시누이가 어머니의 죽음을 고발해, 며느리는 살해죄를 뒤집어쓰고 모진 고문 끝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녀의 눈물이 하늘의 비를 막았는지, 하늘은 그 뒤로 세 해 동안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후임 태수가 사건의 내막을 밝히고 무덤 앞에 제사를 올리자, 그제야 비가 내렸다고 한다.


하늘과 인간은 서로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상 아래, 옛사람들은 자연의 이변을 하늘의 분노, 또는 원혼의 신호로 여겼다.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심하면, 저 며느리의 고사를 들어 수령들에게 원통한 옥사나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 있는지 조사하게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나는 오늘 이 지구의 기상이변을 그런 마음으로 바라본다. 우리가 외면한 억울함, 우리가 침묵한 고통, 우리가 방치한 죽음이 하늘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무는 베여 쓰러졌고, 강은 막혀 흐르지 못했으며, 동물들은 울음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지구 위 수많은 생명들의 억울함이 쌓여 오늘의 대지를 바싹 말리고 있는 것만 같다.


그 어느 생명인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마른땅을 어루만지는 하늘의 눈물 같은 단비를 맞고 싶다. 그 비를 맞으며 희생된 모든 생명 앞에 겸허히 사죄하고 싶다.


인간의 이기와 탐욕이 만든 생명의 유린과 온갖 자연재해, 그 참혹한 죄악을 무릎 꿇어 사과하고, 억울한 어느 생명인가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싶다.


〈그 눈물〉


말 못한 한이

하늘을 막아 서니


땅은 갈라지고

강은 메말랐다.


풀어주지 못한 눈물

세 해의 가뭄이 되어


무덤 앞 제사 향기 속에

마침내 빗방울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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