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하나가 브라우니로 돌아왔다.
내향형 인간의 수영친구 사귀기
이제는 수영이 취미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수력이 쌓였다.
임신 출산과 코로나로 인해서 중간에 3년 정도 공백을 제외해도 만 6년 차 생활 수영인이다.
회사 근처에 있는 수영장에 등록한 일이 인생에서 손에 꼽히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출근을 하기 싫은 날도 수영하러 가야 하니까 이불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수영을 하기 싫은 날에도 어차피 출근하는 길에 수영장이 있으니까 조금만 일찍 출발하면 된다는 합리화로 몸을 움직였다.
다른 건 몰라도 내향성만큼은 확실한 타입이라
6년 동안 한 수영장만 5년을 다니면서도 수영 친구라고 할 만한 관계가 없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운동하고 나서는 또 회사에 가야 하니 후다닥 씻고 나가기 때문에 딱히 친구가 필요하지도 아쉽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수영하고 나서 회사 가는 길에 배가 고파 편의점에서 바나나 한 송이를 샀다.
편의점에서 나오자마자 수영장 같은 반 회원님과 마주쳤다.
외면하기에는 눈이 딱 마주쳐버렸고, 정답게 인사하자니 어색한 그런 상황이었다.
평소 같으면 눈인사 정도만 하고 지나칠 나인데 그날따라 그 회원님에게 좋은 하루 되시라고 하면서 바나나 하나를 건넸다.
그리고 오늘 아침, 수영장 탈의실에서 그 회원님이 나에게 직접 만든 브라우니를 건넸다.
지난번에 바나나 잘 먹었다고, 직접 만들어서 맛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별거 아닌 바나나 하나가 수제 브라우니로 돌아온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인 나는 아침부터 아주 감동받아버렸다.
잠시 대화하면서 그 회원님이 나랑 동갑인 것을 알게 되었다.
무.려. 띠동갑!!!
어릴 줄은 알고 있었지만, 나보다 12살이나 어렸다.
세상에, 그분이 어려서 충격받은 게 아니라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었다니 싶어서...
나도 이제 중년이나 고인물 느낌 나려나 해서 걱정이 되었다.
나의 띠동갑 수영 친구는 나이가 어린데도 정말 성실하다.
지각도 전혀 하지 않고 거의 매일 출석하는 것 같다.
내가 그 나이 때는 뭐 했나 반성하고, 앞으로 나도 성실하게 다녀야지 하는 생각도 하게 해 준다.
수영친구가 생겨서 너무 좋은데, 또 이게 너무 설레발 하는 것으로 보일까 봐
조금 진정하고 천천히 가까워지기로 한다.
수영장에서 기쁜 일이 하나 더 추가된 오늘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