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첫 글이 메인에 걸려버렸다
<입사는 기술, 퇴사는 예술> 타이틀을 달고 첫 글을 올릴 때만 하더라도 이런 반향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어그로성이 다분한 제목을 일부러 지었기는 하지만(나는 마케터였다. 어그로는 나의 전문분야다) 이 글은 소소한 나의 회사생활 회고록이자 끄적임 정도로 여겼기 때문이다. 내가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원래는 퇴직 메일 글을 시작으로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와 그 뒤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나갈 계획이었다. 허나 첫 글이 덜컥 메인에 걸려버렸고, 아무런 맥락 없이 도발적이고 다소 유치한 퇴사 메일을 보게 된 사람들의 호불호도 다분히 이해한다.
나의 유치한 무모함을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으' 하며 백스텝을 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것도 당연히 안다. 굳이 따지자면 내가 쓴 글 중에서도 마음에 안 드는 글에 해당되기도 한다.
그중 여러 사람이 느낄 법한 의문점이나 호불호 포인트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1. 나는 이제 나 스스로를 '퇴사자', '백수'로 칭하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근황을 물어보는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백수는 집에서 노는 게 일이야' 하며 씨익 웃어 보였지만, 이제 나는 나 자신을 이런 신분으로 설명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 한다. '퇴사자'라는 워딩 자체가 주는 불완전함도 싫고, 구천을 떠도는 망령 같은 미련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준비하는 사람으로 나를 지칭하기로 했다. 머물러 있기보다는 나아가는 사람으로.
2. 대기업 타이틀에 집착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퇴직 인사 글에 굳이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것은 조회수를 노린 뻔한 공작이었으나 이렇게 동네방네 소문이 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다^^..... 전 회사 사람들이 볼까 꽤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근데 뭐 이미 봐버린 것 같다. 그러니까 원래 연재하려던 의도대로 막 나가려고 한다.
대기업을 퇴사한 것을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사람은 인생에서 대기업이 가장 큰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동의한다. 사실 그런 사람들의 기준에서 보자면 내 인생에서 제일 위대한 타이틀은 대기업이 맞다. 그리고 애초에 나는 내가 인생에서 대기업을 다녀볼 기회를 가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쓰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감사한 이 기회를 내가 어떻게 활용하였으며 그걸 왜 걷어찼는지에 대해서.
따라서 당분간은 이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에 찰싹 달라붙어 아~주 쏠쏠히 써먹을 예정이다.
3.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없다.
대기업을 나온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이 종종 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언젠가는 후회하겠지 싶다. 아직까지는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분명히 언젠가는 후회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회사를 계속 다닌 것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나는 없었다. 나는 매 순간 더 일찍 퇴사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회사를 다녀도 다니지 않아도 어차피 인간은 모든 선택에 대하여 후회를 하고 곱씹는 순간이 무.조.건. 온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최대한 조금 후회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끄는 것이다. 나에게는 그게 바로 퇴사였다.
사람의 사회생활은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각기 다 다르다. 나의 사회생활을 보고 별로 힘들지 않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걸 어떻게 다 해냈냐며 혀를 내두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나의 사회생활 수기를 보고 느끼는 감상도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각기 다른 감상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오롯이 나에게 달린 문제이다. 지금은, 뭐 어떻게든 되겠지 싶은 심정으로 늘 그랬듯 킵고잉 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결론은? 지켜봐 주시라는 뜻.
[입사는 기술, 퇴사는 예술]
약 7년 간 대기업을 다니며 지지고 볶았던 송사들을 두서없이 제 맘대로 엮어 내고 있습니다. 험난했던 입사부터 속 시원한 퇴사까지, 다사다난했던 회사 생활에 대한 회고록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