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은 사람에게 인내할 용기를 주었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은 그의 9개의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한 교향곡이자 대중적으로도 가장 널리 알려진 클래식 음악입니다. 1808년 초연된 이 작품은 청각상실이라는 삶의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승리를 위해 투쟁했던 베토벤의 정신과 그의 모토였던 ‘어둠에서 광명으로’가 음악적으로 완벽히 구현되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운명의 동기’로 시작하는 음악 (다단조)은 어두움 속의 투쟁을 그리지만, 찬란한 환희의 승리(다장조)로 마무리함으로써 어두움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운명’이라는 부제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이 분분한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베토벤의 친구이자 비서였던 안톤 쉰들러의 회고에서 비롯됩니다. 그가 쓴 베토벤 전기에 따르면 베토벤이 첫 네 음의 동기(다다다 다---)를 가리키며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은 두드린다”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20세기에 들어서 이를 음반회사들이 인용해 ‘운명 교향곡’이라는 부제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에 밝혀진 바로는 안톤 쉰들러의 베토벤 전기는 과장되고 왜곡된 부분들이 많아 그 신뢰성에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히려 집세를 독촉하는 집주인의 노크소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더 현실감이 있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베토벤이 직접적으로 ‘운명’이라는 부제는 붙인 적이 없다 하더라도 교향곡 제5번은 우리의 삶과 운명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듣는 이들에게 벅찬 감동과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제1악장 – 알레그로 콘 브리오 (활기차고 빠르게)
1악장은 강렬한 제1주제인 ‘운명의 동기’로 시작합니다. 이 동기는 전악장에 걸쳐 사용되며 모든 악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저하게 대비되는 부드러운 선율의 제2주제에서도 ‘운명의 동기’는 나타나고 있으며 곡의 어두운 분위기를 이끌어 갑니다.
제2악장 – 안단테 콘 모토 (움직임을 가지고 여유 있게)
2악장은 두 개의 주제를 가진 변주곡 형식입니다. 평온하고 명상적인 음악이 1악장의 격렬함을 위로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동기’는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나며 여전히 어두움은 남아있음을 말해줍니다.
제3악장 – 스케르초
3악장은 세 부분 형식의 힘과 열정이 느껴지는 악장으로 변형된 ‘운명의 동기’가 비장하게 울리며 어두움을 물리치고 고난을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중간부 트리오의 푸가토는 매우 정교하고 치밀한 완성도를 보여주며, 잔잔히 힘을 모아가며 4악장으로 진입하는 연결부는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 빛이 보이는 출구를 향해 가듯 매우 드라마틱합니다.
제4악장 – 알레그로 (빠르게)
4악장은 마침내 어두움을 이기고 승리로 향해가는 다장조의 힘찬 화음으로 시작합니다. 곡 전반에 걸쳐 모든 악기가 승리와 환희를 노래하고 트롬본과 피콜라가 가세하여 벅찬 감격을 더합니다. 곡의 중간부에서 3악장 스케르초를 잠시 회상한 후 재현부로 들어가고 마지막 코다에서 모든 힘을 모아 열정적인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환희와 승리로 장대하게 곡을 마무리합니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카를로스 클라이버 지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