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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멜랑쥐 Nov 09. 2023

오늘만 살아보자

1일 _코로나19

오늘도 어김없이 해는 뜨고 날은 밝아진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기억과 생활과 푸념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우울감으로 나는 그냥 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래야 살 것 같다.


알람을 맞춰 놨는데도 새벽 6시면 눈이 떠진다. 피곤한데 깊이 잘 수가 없고 잠이 오는데 잠을 잘 수가 없다. 깊은 한숨과 무기력이 오늘도 나를 일으켜 세워서 가게로 향하게 한다.


가게로 가는 시간이 얼마나 즐거웠던가! 결혼을 하고 커피숍을 시작할 때 꿈을 이룬 것 같은 설렘과 또 다른 삶이 시작된 것이 너무나 좋았다.

작은 가게에서 주는 눈부신 아침과 오후의 따뜻함과 저녁의 아늑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너무 좋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도 너무 좋았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전 세계에 휘몰아쳤다. 심한 감기겠지.. 금방 좋아지겠지.. 거리에 사람이 없어졌다. 주문도 점차 줄어들더니 문을 열고 한 명의 손님도 없이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 가는 날이 반복됐다. 잠깐 이러겠지..

3년이 지났다.

누군가는 말한다 장사가 안 되면 가게 문을 닫지! 미련하게 대출을 받아가며 빚만 늘었냐! 줄일 수 있는 걸 줄여야지! 아껴 쓰지 않아서 그렇지!

그 말도 정말 틀리지는 않다. 그때 그만뒀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후회가 된다.

하지만 내가 한 선택이다. 장사를 빚으로 시작한 것도 앞 일을 모른 채 시작한 것도 계속한 것도..


 코로나는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한 것 같다. 빚은 빚을 눈떵이처럼 만들게 했다.

고정수입이 있는 월급쟁이의 인생을 살던 나는 손님이 하나도 안 오면 수입이 0원이 된다는 걸 체험하니 매일이 공포로 다가왔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더 부지런해져야 한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힘이 든다. 손님이 있던 없던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 직원을 둘 수가 없다. 1시간 시급이 만원에 달한다. 1시간에 2천 원짜리 커피가 한잔 팔릴까 말까 하는 날이 반복된다. 매일 매출이 바닥에 있는 것은 아니다. 희한하게 예전 손님이 오는 날은 몰려온다. 숨이 잠깐 쉬어진다. 그리도 또 안 온다. 마케팅에 더 힘써야겠다! 현수막을 만들고 광고를 하고 카카오채널을 만들고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에 광고를 하고 당근에 광고까지 한다. 소식을 알리고 쿠폰을 날리고 할인을 하고 밤에는 술도 팔아보았지만 그것도 반짝! 문을 닫고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섣부르게 판단해서 문을 닫고 알바라도 한다면 그나마 오는 손님도 놓치고 수입은 더 줄어들겠지.. 아르바이트를 해서 월세만 겨우 낸다면 무슨 이득인가..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있어서 될까? 반복일 것만 같은데 무엇이 맞는 걸까? 정말 꿈에서나 이루어지는 로또 1등이라도 된다면 한방에 빚을 갚고 가게를 그만둘 텐데 적게 벌어도 그냥 월급쟁이 하던 생활로 돌아갈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어떤 판단을 해야 이 끝없는 컴컴한 터널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방향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 속상함, 우울함, 끝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매일 매시간 내 목을 점점 더 조이는 것 같아 심장이 멎을 것 같다. 하염없이 오지 않는 손님을 빈 가게에서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가게를 닫을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러나 코로나 때 나라에서 내준 빚을 한 번에 갚지 않고는 폐업을 할 수가 없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내야 한다.


반복된다.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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