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페 멜랑쥐 Dec 15. 2023

오늘만 살아보자

6일_12월 12일

약을 먹은 지 몇 주가 되었다.

매일 달라지는 나를 느낀다. 이제 움직이고 숨을 쉬고 음식을 먹는다. 한숨을 쉬는 날이 점점 줄어들고 가슴에 얼음물이 흘러내리는 듯한 통증이 점점 줄어들더니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살아지는 것 같다. 숨 쉬는 것이 이렇게 자연스러웠던 일인데 나도 모르게 숨이 쉬어지지 않았으니 참 고통스러웠다.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못했던 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게를 살릴 아이디어를 내고 행동으로 옮기고 정상적이였 던 나로 돌아가는 것 같다. 느낀다. 웃고 있는 나도 발견하고 밤바람이 시원하게도 느껴지고 조용함이 편안하게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적당한 타이밍이었던 것 같다. 스스로 병원을 찾아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약을 먹은 타이밍. 모든 우울증을 겪고 있는 분들이 병원의 문턱에 발을 내미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은 본인이 아픈 것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막막하게 느껴지고 한숨이 잦아진다면 용기를 내 봤으면 좋겠다. 감기가 걸려 병원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12월 12일 내 마음은 나아지고 있는데 우리 금동이가 일주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열 살 밖에 안 됐는데 급성 신장병이 왔다. 고치지 못하는 병이란다. 기계로 측정 불가능한 수치가 나왔다. 길어야 일주일이라는 진단을 받은 지 3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나 버렸다. 오랜 시간 아팠는데 내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우리가 다 자고 있는 새벽에 혼자 고통 속에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너무 순하고 착한 우리 금동이가 너무 일찍 우리 곁을 떠났다. 더 오래 함께 있을 줄 알았는데 ‘우울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었지만 가족을 하늘나라로 보낸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 잠시 우울감이 나를 휘감았었는데 남아 있는 우리 토토를 생각하니 정신이 들었다.


병원을 다녀오고 며칠을 힘겹게 숨을 몰아 쉬었었는데 숨쉬기 쉽도록 가습기도 틀고 콧속에 안연고도 발라주고 했는데 11일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거실 여기저기에 변을 봤었다. 힘이 없어서 주저앉아 있었는데 자기 몸에도 많이 발라져 있었고… 그래서 따뜻한 물로 욕조에서 깨끗이 목욕을 시켰는데 너무 평온한 얼굴이었었다. 그리고 12일 아침에 온몸이 뻣뻣해진 채. 눈도 못 감은 채 누워 있는 금동이를 보고는 오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리고 아직도 생각이 많이 난다. 애교 많고 착했던 모습이 바로 일주일 전이였는데 너무 빠르게 서둘러 갔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의 진료시간에 이것저것 감정의 변화를 이야기하며 금동이 얘기도 했다. 나는 두려웠다. 다시 우울감이 나를 덮칠까 봐 두려웠다. 지금의 상실감은 너무나 정상적인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우울증 환자가 아닌가 못 헤어 나오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진료 시간에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입으로 내뱉으면 그렇게 될 것 같았다. 이겨 내겠지. 하지만 잠시 동안은 금동이를 그리워하고 싶다. 눈물도 흘리고 추억도 떠 올리고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어 놓았던 것에 감사했다.


금동아 3일이 지났는데 너무 보고 싶구나. 엄마는 못해 준 것이 더 많이 생각이 난다. 너는 행복했었는지도 궁금하고 사랑을 듬뿍 준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거 같기도 하고 너만 지을 수 있는 표정과 행동들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네가 기억 속에서 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만 살아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