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힘듬은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근데 힘든 그 순간에는 알기가 어렵다. 나한테는 왜 이렇게 에피소드만 느는지 모르겠다.
벌써 세 번째 회사. 이곳에서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년 동안 총 4번의 해외 출장에 끌려갔다.
시키면 다하는 스타일이라 부려먹기 편했나 보다. 싱가포르에서 귀국하는 길에 너무 힘들어서 공항에서 혼자 엉엉 울었다.
회사에서 한 프로젝트의 통번역을 맡았는데, 어쩌다 보니 반강제로 PM역할도 했다.
새벽까지 일했지만 결국 프로젝트는 빠그라졌다.
작은 회사여서 잘리는 줄 알았으나 연봉협상에서 10% 인상을 받았다.
모은 돈은 육천만 원을 넘겼다. 올해까지 칠천을 만들고 싶다.
이제는 저축이랑 투자 비중을 좀 다르게 해볼까 싶기도 하다.
그 와중에 이사도 했다. 투룸 월세로 옮겨서 집이 넓어졌다. 부동산 계약에서 이런저런 실랑이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지금은 살만하다.
세세하게 쓰라고 하면 계속해서 길어지는 나에게 일어난 작고 큰 일들.
1년 동안 나는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
경험을 얻었고 인류애는 조금 잃었다.
한 때는 삶에 대한 불만족으로 우울감이 극심했다. 업무강도와 이사 스트레스가 겹쳐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우울감에 사로잡여 매일밤 울며 잠들었고 출근길에도 눈물이 났다.
생각 없이 돈을 쓰기 시작했으며 퇴근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큰맘 먹고 간 가족여행에서 크게 화를 냈다.
그날 밤에 울면서 엄마에게 고백했다. 나는 너무 불행하고 우울해서 매일을 운다고 이런 내가 너무나도 쓰레기 같다고
엄마는 그게 다 본인 탓이라고 했다.
아마 나는 그 일을 평생을 두고 후회할 것이다.
곧 만으로 서른이 된다. 내 서른은 어떨까.
나에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자신이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 확신을 가지게 되고
요령도 생기기 시작하니 사회에서 치고 달려 나가기 아주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잘하든 못하든 시키는 일은 해내야 하는 회사원 넘버 194번에 불과하고
달려 나가기는커녕 고꾸라질까 봐 전전긍긍 고개만 겨우 든 채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재기에만 바빠서
정신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지 같던 회사 사람들도 계속 보니 익숙해진다. 그리고 결국 바쁘고 힘든 건 지나가더라.
불만족했던 연봉도 결국에는 올랐다.
가족에게 화를 냈고 후에 화해하고 용서했다. 원래 가족이란 이렇게 지지고 볶는다는 걸 잊고 있었다.
삶이란 어쩌면 스트레스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떠오른 이유는 이제 정신 차릴 때 되지 않았니? 라는 우주의 뜻일지도 모르겠다.
편안함을 느끼는 이곳에서 나의 서른은 덜 불안하고 덜 우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