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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뚜 Aug 01. 2021

난임 일기

#12

예전에 카트라이더를 열심히 했던 시절이 있었다. 게임을 시작할  '이번 판은 진짜 잘해봐야지!' 하고 지난번 실패에 대한 이유 탐색과 이번에는 무얼 보충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굳은 다짐과 함께 스타트와 동시에 아이템도 모으고 길도  찾아가고 게임을 정성스럽게 시작했다. 이번 인공수정 2차를 시작하면서 지난번에 내가 무얼 놓쳤을지, 내가 이번엔  해야 할지 생각해봤다.

1 시술에는 내가 시술을 받고  휴식을 취했어야 했는데 점심 먹고 바로 출근을 했던 , 화장실을 너무 참아서 시술 끝나자마자 바로 화장실을 갔던 , 온도를 평소보다  높게 유지하지 않았던  들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기 때문에 이번에는 진짜 잘해보자! 하고 반차가 아닌 연차를 내고, 화장실을 바로 가지 않으려고 소변을 1시간만 참았고  무더운 날씨에도 체온을 높게 유지하려고 에어컨도  켜고 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 카트라이더도 처음에는 잘해야지 마음먹고 경기 초반에는 정성을 쏟아서 열심히 하지만 조금 틀어지거나 경기 후반이 되면  열정이 시들어 가는 것처럼 인공수정 시술  7 , 이제 착상의 과정이 되면서 열을 쟀는데 열이 오르지 않는 것을 보며 '이번에도 꽝인가?' 싶으면서 질정 시간 맞춰 넣고,  복용 열심히 했던 처음의  열정이 조금씩 시들어갔다. 그리고 꾹꾹 참아가며 임신테스트기를 하지 않고 피검사를 받으러 가는  아침 ' 이제  생리를   같다.'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병원에 가서 피를 뽑고 회사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결과는 임신이 아니었다. 2번째는 되지 않을까? 하며 희망을 가지고 질정을 정성스럽게 넣으며 기다렸던 13일의 시간이 허무해지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하는가? 하며 길을 잃은 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SNS에 초음파 사진을 올리는 지인들의 사진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저렇게 임신이 쉽게 되는데 왜 나는 안될까?' 하는 생각과 '이러다가 끝까지 안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들이 끝없이 나를 괴롭혔다. 회사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나의 사연을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회사 내 동료들 중 임신이 되지 않았다가 임신되었던 동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 보면 쉬워 보이고 잘 됐고, 다행이지만 그때는 임신이 되지 않아서 결국 아이를 포기하까지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구나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게 잘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면, 좌절하고 절망할 것이다. 그 일이 반복된다면 결국 여유가 넘치던 사람도 점점 지치고 시들어질 것이다. 내가 여기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무엇이든 쉬운 것은 없고 아기는 누구에게나 쉽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건 나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결론은 잘 됐지만, 그 사람들에게도 그 시절 그때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기를 기다리며 힘든 과정 속에 있지만 남들은 쉬워 보인다고 나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과정을 겪고 결국에는 아기를 만났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희망을 가지고 기도하며 나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신의 과정은 끝없는 '마인드 컨트롤'의 과정인 것 같다. 남을 의식하고, 남을 바라보며 나의 처지를 비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로하고 응원하며 정신을 다잡을 수 있는 힘이 나에게는 필요할 것 같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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