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경험은 있어도, 실패한 경험은 없다
공식적으로 두 번째였던 회사를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이유로 퇴사를 하고,
바로 그다음 주에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어요.
첫 번 째 퇴사가 엉망진창이었던 이유처럼,
두 번째 퇴사에서도 사실 많이 두렵고,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어요.
정말 대단한 쫄보(?)였었던 것 같아요.
(아니면 엄청 겁이 많은 바보였던가...)
새로운 직장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은 후,
며칠을 혼자 끙끙 앓으면서 어떻게 티 나지 않게 면접을 보러 갈 수 있을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조퇴를 받던 구닥다리 방법을 쓰기로 했죠.
그날 아침부터 일단 몸이 안 좋은 척 조금의 연기를 시전 하고,
점심시간에 병원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조퇴를 했습니다.
다행히 허락(?) 받았고, 허겁지겁 강남으로 이동했어요.
길을 잘못 들어서 5분 정도 지각을 하게 되어 안 그래도 긴장한 데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면접을 보게 되어서 땀을 줄줄 흘리면서 횡설수설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지금 회사에 재직 중인데 왜 이직하려고 하시는 거죠?"
"지금 회사에 불만이 여러 가지가 있어서요.... 첫째는 이런 점이, 둘째는 이런 점이, 셋째는 그렇고 그런 점이... 넷째.. 다섯째..."
망했다 싶었어요...
제가 불만이 있었던 부분들이 새로운 회사에도 없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회사에 이렇게 불만이 많은 신입 직원을 누가 뽑겠습니까?
.
.
.
"oo일부터 출근하실 수 있을까요?"
"네네!!"
뽑혔더라고요.
입사하고 얼마간 지나서 들은 얘기지만, 사실 저는 탈락의 문턱에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불평불만이 많아 보이는 신입을 뽑는 게 영 내키지 않으셨다고요.
그래도 지난 회사에서의 경력이 인정이 되어서, 다행히(?)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쁜 경험은 있어도 실패한 경험이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너무 좋아하는 것을 좇아서 길을 걸어온 것보다 싫었던 것을 피하는 쪽으로 살아왔는데,
나쁜 경험 뒤에 다시는 같은 나쁜 경험을 반복하지 않도록 다른 길로 돌아오다 보니 지금에 이르게 되었어요.
좋은 경험만 차곡차곡 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일이 그렇게만 흘러가지 않지요.
하지만 나쁜 경험이라도 그 경험 뒤에는 1g, 0.01cm 더 나은 경험이 오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