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아나 Jun 28. 2021

#1. 경쟁피티(비딩/입찰) 준비 & 진행하기

팔할은 제안서이고, 화룡점정은 프레젠테이션

이번에 소개할 제 업무 중에 하나는 바로 경쟁피티 준비 & 진행하기 입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저랑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을 한번 찾아보려고 유튜브에서 경쟁피티로 검색을 한번 해봤는데요. 결과는.....(링크)

예...이렇네요. 영상 제목, 썸네일부터 다들 후덜덜하지요^^;;


경쟁 피티, 흔히 비딩(bidding)또는 입찰이라고도 하는데요. 광고 에이전시의 경쟁 피티, 프레젠테이션은 이미 많이 들어서 알고 계실것 같아요. 클라이언트가 제품, 목적, 예산 등이 적힌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를 보내주면, 여러 에이전시에서 그에 맞는 제안서를 제출한 뒤, 클라이언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죠. 그러면 클라이언트 쪽에서 여러 제안서 중에서 하나의 제안서를 선택하고, 선택된 제안서를 낸 에이전시와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비단 광고 에이전시만이 그런게 아닙니다. 장르, 분야를 막론하고 에이전시라면, 경쟁 피티는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쟁 피티 진행 방식

클라이언트사에서 RFP 발송 > 에이전시에서 경쟁 피티 진행 여부 결정 > 제안서 작성 후 제출 > 피티 프레젠테이션(발표) > 에이전시 선정 및 결과 발표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이 일련의 과정이 보통 짧게는 2주에서 한 달 정도 내에 진행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피티 준비와 함께 실무도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실무가 바쁘면 낮에는 일를 하고, 저녁 시간에는 피티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위에서 보신 영상들의 썸네일, 제목처럼 무시무시한 날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경쟁 피티의 반, 영혼을 갈아넣은 제안서


경쟁 피티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건 바로 피피티, 즉 피티를 준비하는 팀원들의 영혼을 갈아만든 제안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행사가 어딘지에 따라 제안 내용은 다르겠지만 저희 회사가 진행하는 마케팅 프로젝트들은 오프라인 행사가 주라서 거의 오프라인 행사를 위한 제안서를 준비합니다.


목차는 아주 심플하게는 아래 5단계 정도로 구성할 수 있고, 행사의 성격에 따라서 디자인이 중요하면 디자인을 좀 더 강조해서, 운영안이 중요하면 운영안을 좀 더 상세히 제안하기도 합니다. (케바케라고 하지요!)



1. 행사 컨셉 설정

보통 오프라인 마케팅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RFP가 주로 언제, 어떤 타겟을 몇 명 정도 규모로 그리고 예산은 얼마 이 정도로 거의 구성이 되어있는데요, RFP 내에 행사 컨셉 제안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 행사 네이밍이나 슬로건, 어떤 행사로 포지셔닝 해야할지 등에 대해서 제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일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 여기서 제안한 컨셉이 뒤에 디자인이나 프로그램 구성안과도 연결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만약 컨셉 설정을 대충하고 넘어가게 되면 제안서 전체적인 퀄리티가 떨어지거나 중간에 다시 컨셉으로 돌아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구요.



2. 행사를 위한 주요 디자인

행사의 컨셉이 나왔다면 컨셉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인을 잡아야 합니다. 행사의 키비주얼이라고도 하는데요. 이 비주얼은 초청장이나 무대, 영상 뿐만 아니라 행사장 곳곳에 배치되는 배너나 보드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수정에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더해서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디자이너님들 보면 진짜 대단하세요.)


그리고 구조물이 들어가는 행사의 경우에는 공간 3D 디자인도 함께 제안서에 들어가게 됩니다. 행사장을 어떤 식으로 구성할지, 무대나 부스를 어디에 배치할지 등 공간감이 들어간 3D 시안 형태가 이해도가 높아서 제안서에 첨부하면 훨씬 내용이 풍성해지더라구요.



3. 행사 내용 구성

전체적인 행사 프로그램의 구성은 클라이언트 쪽에서 잡아주시기도 하고, 저희가 제안할 때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요 프로그램 이외에 이벤트성으로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세일즈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4. 상세 운영안

오프라인 행사를 우한 제안서에서 비중으로 따지면 컨셉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미 피티에 참가한 에이전시들이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모두 다 잘 알고 있을테니, 평범한 운영안이 아니라 효율적이면서도 참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간 운영안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매우 어렵죠^^;;)

예를 들자면 행사 등록 시, 이름이 적힌 네임택을 나눠 주는건 여느 행사나 다 하는거지만 네임택을 좀 색다르게 주는 방법을 제안한다던지 네임택 자체가 되게 유니크하다던지...이런것들이 다른 제안서와는 다른 차별성을 만들수 있달까요....근데 사실 제일 익숙한데서 아이디어가 제일 나오기 어려운거... 다들 그러시죠?



5. 컨티전시 플랜

아무래도 오프라인 행사에는 사람들이 많이 밀집하다보니 작은 사고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컨티전시 플랜을 함께 고려해서 제안서에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고 뿐만 아니라 우천과 같은 날씨에 대해서도 미리 계획을 세워 놓는 것이 좋죠. 실제로 행사 며칠 전에 엄청난 태풍이 왔던 적이 있었는데, 행사 당일 비가 많이 올 것을 예상해 바로 전날 젖은 신발을 갈아 신을 수 있는 슬리퍼 백켤레 넘게 급하게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경쟁 피티의 나머지 반, 프레젠테이션(발표)


자! 이제 제안서가 다 완성 되었다면?잘 빚어진 제안서에 화룡점정! 점을 찍으러 가야하죠. 바로 클라이언트 담당자 앞에서 진행하는 프레젠테이션이 그 점이 되겠습니다.


저의 비루한 경험에 비춰보자면 저는 약간 쭈구리파라서 모든 슬라이드마다 스크립트를 써서 외우는 쪽이예요. 저를 똑바고 보고 있는 분들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어서 회의실 반대쪽 벽 모서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준비한 스크립트를 모두 읽어내려가는 외로운 싸움파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아, 그렇다고 절대 보면서 줄줄 읽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습니다! 절대적으로 외워서 알파고처럼 말할뿐...)


프레젠테이션을 통해서 조금 제안서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더 좋게 만들수도 있고, 잘 만들어 놓은 밥상을 엎어버리는(?) 암울한 결과를 가져 올수도 있는게 이 프레젠테이션이랍니다. 저도 아직 프레젠테이션쪽으로는 아직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지난 번 헤이조이스에서 진행한 콘조이스에서 이노션, 배금별 CP님이 '스크립트를 쭉 쓴 다음, 슬라이드별로 중요한 키워드 2개만 남기고 다 지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해당 슬라이드에서는 그 키워드 2개만 나오도록 말하는 연습을 하는게 훨씬 좋다'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준비해간 스크립트대로 달달 외워서 하다가 중간에 꼬이면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백지장이 되기 일쑤거든요. (저처럼....;;;)


보통 발표는 연차가 좀 있는 시니어 분들이 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만약 주니어나 신입이시라면 꼭 발표할 때는 따라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가서 프레젠테이션 분위기도 미리 한번 경험해 보시고, 어떤 질문들이 나오는지 기록해 두었다가 팀원들과 같이 공유하면 다음 피티 때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제안서와 발표, 두가지로 크게 나누어서 글을 쓰기는 했지만 사실 이 두 가지를 하기 위해서 몇 날 며칠을 밤을 새고, 야근을 하고 주말 출근도 해야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공공기관 입찰 시에는 구비할 서류도 종류가 많아서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서류 중에 하나라도 누락하면 열심히 준비한 제안서가 그냥 한 순간에 휴지통으로 직행할 수 있어요 ㅠㅠㅠㅠ


주절주절 쓰다보니 또 길어졌네요.ㅎㅎ 더 자세히 쓰자면 끝도 없겠지만, 마무리는 피티 천재 라이언 레이놀즈 영상을 보면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피피티 자체보다는 프레젠테이션 하는 방식이 너무 신박하고 재밌어요!! 그리고 여유있는 발표 태도도 너무 인상깊었습니다. 이런 여유와 유머로 발표하는 날이 언젠간 저도....오겠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