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웨이는 불뮨율이 많은 여행법이고 사람 사이에서 눈치를 봐가며 하는 여행이다. 돈을 내지 않는다고 전혀 편한 여행이 아니다. 아주 불편한 여행이다. 손 가는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다. 여행 계획에만 몇 달을 매달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다음은 그 몇 달 동안 무엇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첫째, 워커웨이는 단순히 주 25시간의 노동과 무료 숙식의 교환이 아니다. 타인의 집에서 하루 정확히 5시간 일을 해준다기보다는 한집에 사는 식구가 되어 서로 필요할 때 도와주는 관계에 더 가깝다. 워커웨이는 유명한 곳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현지에 녹아들어 문화와 사람들을 깊숙이 체험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이걸 최대한 이용하고 싶다면 사람과 관계에 집중하는 게 좋다.
둘째, 호스트 프로필과 리뷰는 하나하나 정독해야 한다. 아무 호스트하고나 연락해서 약속을 잡는 것만큼이나 서로에게 독이 되는 시작도 없다. 호스트에게 필요한 도움의 종류가 무엇인지, 다른 워커웨이어와 방을 같이 써야 하는지, 하루 세 끼를 제공하는지(아닌 곳도 있다) 등 세심히 살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행 중 만났던 한 아일랜드 친구는 누디즘 커뮤니티의 프로필을 제대로 읽지 않고 약속을 잡았다가 호스트가 다 벗은 채로 픽업을 나와 놀란 적이 있다는 일화를 말해주었다. 리뷰도 마찬가지다. 별 다섯 개 리뷰가 스무 개라 할지라도 하나하나 읽어보길 강력히 권한다. 워커웨이 웹사이트는 쌍방 리뷰이기 때문에 호스트가 자신에게 낮은 별점을 줄 것을 걱정한 워커웨이어들이 리뷰를 높게 주는 경향이 있다. 껄끄러운 경험을 했더라도 웬만하면 집을 나오고 그냥 리뷰를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별 다섯 개 리뷰라도 단어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가며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이라든가 '초반에 힘들었지만' 등의 표현이 있는지 살피는 걸 추천한다. 완곡어법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하나의 단어로 호스트가 어떤 사람인지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각오는 하는 게 좋다. 하지만 판단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몫이며 차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같은 호스트라도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셋째, 만약 호스트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신속히 다른 호스트를 구해서 나오는 게 참는 것보다 낫다. 내가 경험한 네 번의 워커웨이 중 두 호스트 패밀리는 다시 찾아갈 정도로 가족 같은 관계를 만들어주었고 한 호스트 패밀리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따뜻하게 챙겨주었다. 그러나 마지막 문제의 호스트 패밀리 중 한 명은 자신을 나의 상사처럼 생각했고 여러모로 맞지 않았다. 본인이 성격 차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나 대화로 해결될 정도라면 괜찮지만 앞뒤 꽉 막혀서 다른 사람 말 듣지 않는 호스트와는 개인적으로 최대 2주를 한계로 잡는다. 이럴 때는 버텨봤자 나만 힘들다. 그냥 나오는 게 상책이다.
넷째, 가서 있다보면 영어가 늘겠지, 같은 안일한 생각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영어를 거의 알아듣지도 못하는 상태로 나가는 건 최악이다. 현지에 가서 부딪치는 게 최고의 영어 공부법이라는 말은 일면 진실이지만 아무 노력하지 않아도 마법처럼 영어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못 알아들어서 답답하고 소외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상황 속에서 스트레스 왕창 받으며 본인이 능동적으로 공부해야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늘까말까 하다. 모르는 것에 대해 찾아보지 않고 물어보지 않고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그냥 한 귀로 흘러나갈 뿐이다. 동시에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로 가는 것은 호스트에게도 큰 불편이 된다. 일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 일에 대해 아무것도 알아듣지 못해 자기가 오늘 뭘 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면 혹은 정반대 방향으로 일을 하고 있다면 이는 그저 군식구일 뿐이다. 호스트 패밀리가 완벽한 영어 회화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키워드라도 알아듣고 간단하게나마 자기 의사 표현을 할 줄 아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민폐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섯째, 호스트의 하우스룰을 존중하자. 우리에게는 여행지이지만 호스트에게는 집이고, 그들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술 마시지 않기, 욕설하지 않기(보통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당연한 이야기다), 변기뚜껑 꼭 닫기, 개는 위층에 데려가지 않기 등 대부분 이해가 가능한 것들이다. 그리고 기본적인 청소, 설거지, 때에 따라서는 요리와 빨래 등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나눠야 할 집안일도 함께 하는 것이 워커웨이의 상식이다. 이 정도는 생각하고 있자.
예를 들어 농장의 경우 겨울에는 유지보수, 봄에는 파종, 여름에는 작물관리 등 계절에 따라 하는 일이 다르다. 내가 가는 달에는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미리 확인과 그에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 프로젝트처럼 진행 차도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 아니라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농장, 일반 가정집의 일손 돕기 등의 경우 호스트와 연락을 하기 전 리뷰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훑어볼 수 있다. 호스트 프로필에는 작물관리라고 애매모호하게 써있는 일을 리뷰에서는 올리브나무 가지치기 이런 식으로 정말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식이다.
앞서 말했듯이 워커웨이는 일반 여행보다 훨씬 힘들고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여행이다. 그렇다고 내가 을이 되는 여행은 아니지만 내가 더 아쉬운 처지가 되는 것은 맞다. 그러니 신중히 생각하고 도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