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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Nov 25. 2022

Only One

One of them vs. Only One


국제코치연맹이 인증하는 코칭 자격증은 세 가지가 있다. Associated Certified Coach (ACC), Professional Certified Coach (PCC), Master Certified Coach (MCC). 코치 자격 시험을 치러야 하고, 코칭 시간도 각 100시간, 500시간, 2500시간을 완수해야 한다. 


그리고 코칭을 시작한 지 2년 반이 지난 이번 달 PCC를 취득했다. PCC를 취득하고 바로 취한 행동 하나는 국내 코칭 회사 한 곳에 PCC가 됐음을 알리는 것과 BetterUp이라는 미국 코칭 회사에 다시 파트너 코치 지원을 하는 것이었다. 국내, 미국 두 회사 모두 PCC가 되면 같이 일하는 걸 검토해 보자고 했기에, PCC가 되자마자 재빨리 연락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회사는 그 후로 연락이 없고, 미국 회사에서는 거절을 당했다. 미국 회사의 거절 이유는 이미 더 경쟁력 있는 코치들이 많기에 6개월 후나, 다른 자격증을 더 땄을 때 지원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지만, 왠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 두 회사에 줄 서기를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이미 나보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시간이 지난다고 그들은 가만히 있고, 나만 경쟁력이 높아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먼저 시작한 사람들이 이기는 게임에 나중에 시작한 내가 줄 서기를 한다면 나는 항상 부족할 것이다. 그들의 잣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왜 또 줄 서기를 하고 있을까 라는 자각에. 


나는 지방대 출신이다. 이 꼬리표는 20대에 특히 나를 괴롭혔다. 마케팅팀 회식에서 부장님으로부터 '네가 우리 마케팅 팀에서 유일한 지방대야. 지방대는 마케팅에 들어 올 수가 없는데, 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필 그 얘기를 서울대 약대 동기랑 같이 앉아 들었으니, 그때의 좌절감은 말할 수가 없었다. 


지방대 출신 꼬리표는 30대 초반 MBA를 할 때도 따라다녔다. MBA 중 인턴십, 풀타임 직업을 방학 때마다 구하러 다니는데, 한국 대기업에는 내 이력서가 전혀 경쟁력이 없었다. MBA 출신이 많이 가는 컨설팅 회사들 (맥킨지, BCG, 베인 앤 컴퍼니 등)이나 국내 대기업들 (삼성, 현대, 두산 등등)에 내 이력서가 경쟁력이 없을 거라는 건 이력서를 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남들 다 노는 물에서는 이길 수 없으니, 남들이 놀지 않는 물을 찾기로 했고, 그게 미국 제약회사와 미국 화학회사였다. 내가 서울대를 나오던 지방대를 나오던 그들은 상관하지 않았고, 뭘 했는지와 내 생각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나는 약에 들어가는 부형제를 판매하는 미국 화학회사에 취직했다. 그 회사에 내가 약사 출신이라는 것이 제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포지셔닝했고, 그 방법은 통했다. 


2년 반 전 코칭을 시작하고, 국내 코칭 교육을 받으며, 이제는 경력이 학벌로 작용하는 걸 보게 됐다. 코칭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미 강력히 자리 잡은 기존 코치들의 세계에 신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신감을 잃었었다. 재빨리 이 사람들과 같아서는 이 승부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갔고, 사람들은 이제 나를 떠올리면 '글로벌 리더십'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누군가는 겨우 두 군데 회사에서 거절을 당하고 그만두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내 시간을 기존 방식의 세상에서 인정받는 데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다. 그 시간을 나만의 것, 세상에 유일한 것을 만드는 데 쓰고 싶다. One of them이 아닌 Only One이 되고 싶기에


아무도 안 하는 것,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찾기가 쉽지 않다. 남들이 다 하는 게 더 커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남들과 같은 물에서 경쟁하는 게 아닌, 내가 차별화될 수 있는 물을 계속 찾았기에 원하는 걸 이뤄왔구나 싶다. 


이제는 차별화할 수 있는 물을 찾는 게 아닌, 그 물을 만들어 가야 하는 자리에 있다. 내가 Only One으로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고객의 숫자가 작아도 괜찮다. 점점 키워나갈 거니까. 


나는 Only One이 되기로 또 한 번 결심한다.  
Miguel Á. Padriñán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1-2249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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