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켈리황 Nov 09. 2022

나만의 우주여행

영어에 '헬리콥터 뷰 (Helicopter view)'라는 표현이 있다. 어떤 일에 매몰되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거나, 작은 일들에만 매달리고 있을 때 상황을 헬리콥터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라는 얘기이다. 문제의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 종종 물었었다. 


"헬리콥터에서 현 상황을 보면 뭐가 보여?" 


올해 3월부터 어머니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을 모시고 다니고, 좀 좋아지시나 했는데 다시 안 좋아지시길 반복하시다 넘어지셔서 요추 골절로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코로나로 보호자 동행도 허락하지 않았기에 병원에 혼자 계신 어머니도 걱정, 집에 혼자 남아계신 아버지도 걱정이 됐다. 조정이 가능한 코칭 일정들을 전부 수 - 금으로 미루고 대전에 내려가던 차 안에서 몇 달 전부터 아버지께 말씀드렸던 일이 생각났다. 


'부모님을 빨리 모셔야겠다.' 


입원 전에도 몸무게를 재면 옷을 다 입고도 46kg가 나오시더니, 입원 후 잠깐 뵈니 뼈만 앙상하게 남으셨다. 뭐가 필요하신 지 계속 묻고 비상요원 편에 전달을 하고, 집에 오면 아버지 밥을 차려 드리고. 다행히 동생들도 여러모로 부모님을 챙겨서, 감사하게 그 상황을 견디고 있었다. 


"아빠, 엄마 퇴원하고 몸 좀 나아지시면 서울로 같이 올라가요." 


평소 마음이 약하신 아버지는 어머니가 넘어지셨을 때도 머리가 하얘지셨고, 호흡곤란이라도 오시면 손을 벌벌 떠셨다. 어머니는 밥을 하실 기력이, 아버지는 일이 생겼을 때 감당하실 기력이 안 되시니, 내가 모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머니가 퇴원하신 지금, 어머니의 반대로 내가 모시는 일은 일단 보류다.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맘대로 할 수 없는 나와 살기 힘들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같이 살기 실으면 건강해지시라고 하며, 요즘은 매일 전화만 드리고 있다. 


어머니와 헬리콥터 뷰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이번에 어머니가 요추골절로 입원하셨을 때, 몸도 마음도 정말 힘들었다. 어머니 챙겨, 아버지 챙겨, 강아지 사랑이 챙겨, 일도 해야지, 서울에서 대전까지 왔다 갔다 해야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평소 '헬리콥터 뷰'로 상황에서 빠져나와 진짜 뭐가 중요한지 보곤 했는데, 이번에는 헬리콥터 뷰도 소용이 없었다. 상황이 여전히 먹구름이 잔뜩 끼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헬리콥터보다 더 위에서 지금 상황을 보면 어떨까 하다 우주에서 이 상황을 보면 뭐가 보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이런... 헬리콥터에서 보니 힘든 상황이, 우주에서 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까이꺼, 일주일에 두 번 두세 시간씩 운전하는 게 뭐 큰 일인가? 

이까짓 꺼, 일주일에 3일 아버지 삼시세끼 차려드리는 게 뭐 큰 일인가? 

까이꺼, 부모님 모시는 게 뭐 큰 일인가? 

이까짓 꺼, 일할 시간이 부족해지면 새벽에 더 일찍 일어나거나 일하는 날 더 집중하면 되지 에게 뭐 큰 일인가? 


까이꺼, 그동안 안달복달했던, 몸 좀 안 좋은데 이번엔 대전에 내려가지 말까? 밥 한 끼 하기 귀찮은데 대충 차려 드릴까? 등등등... 셀 수 없이 많았다. 상황에 빠지고, 남들과 비교하고, 더 늦게 가는 것 같고, 더 손해 보는 것 같아 안달복달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을 우주에서 보니 저~~~~~~~엉~~~~~~~~~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엉말. 


그러다 문득 새로 시작한 기업 고객 코칭 건이 생각났다. 이해 관계자가 여러 명이고, 기대하는 바도 많아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있던 코칭. 이게 우주에서 보니 또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 나에게 맡겼을 거고, 생각해 보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잘하면 되는 아~~~~~ 무 것도 아닌 일이다. 그런 걸 안달복달 또 복달. 


그런데, 오늘 아침 우주에서 다시 지구 땅바닥에 붙어 아등바등하는 나를 발견했다. 조급하고 걱정되고. 올해 론칭한 일대일 프로그램 하나가 잘 돼서 다음 단계로 홍보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시장조사차 인터넷 검색을 했다. 검색을 하면 할수록, 내 프로그램이 이 사람들 것보다 나을까? 나는 이 사람들보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들에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 예전 생각이 나 심장은 더 쪼그라들었다. 


내가 이기지 못할 시장에서 싸우는 게 맞나? 예전에 실패해 봤잖아?
vs. 또 무서워서 포기하는 거야? 


다시 우주에서 이 상황을 본다. 남들 모습에 휘둘리지 말자. 그 안에서도 내 걸 찾으면 될 뿐. 고객들이 효과 있다고 좋아했잖아. 나만의 것을 나만의 방법으로 알리면 된다. 흔들릴 때마다 다시 우주여행을 하자. 우주선에 이름을 붙여본다. 생각났다. 내 우주선의 이름은 '냉정과 열정 사이'호다. 인생을 향한 열정은 있으나, 작은 일에 한없이 빠져 허우적 댈 대마다 냉정하게 상황을 우주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 


그저 '냉정과 열정 사이 (냉열사)'호를 자주 타지 않길 바랄 뿐이다...라고 생각했으나, 인생에 열정을 갖고 있다면 그렇긴 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우주 비행 한 번씩 하면 된다. 


오늘은 '냉열사' 비행을 몇 번이나 하려나? 




작가의 이전글 나는 4시간 집중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