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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Nov 05. 2023

깊은 밤, 깊은 마음

이젠 밤이 오는 시간이 빠르다. 닮았지만 매번 다른 해가 저물고 나면 여전히 많은 생각에 잠긴다. 유난히 밤이 길었던 겨울들을 어떻게 나고 지내왔는지, 지나고 나면 어렴풋한 아지랑이 같은 형태만이 남아서 선명하게 떠오르진 않는다.


언젠가 지금 정도의 나이가 되면 대부분의 것들이 정돈된 형태로 주변에 다가와 있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예쁘게 리본을 맨 행복한 현실은 손안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어쩌면 지금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의 기로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소희는 스튜디오를 떠났다. 예정된 일이었고, 그동안 멋진 모습으로 함께 해주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은 크지만 새삼 시간이 흘렀음을 느꼈다. 이 업계에 돌아와도 돌아오지 않아도 그녀는 분명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응원한다.


밤이 되어 까맣게 물든 창밖을 보고 있으면 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심해에 가라앉은 것처럼 막연한 두려움이 커진다. 그럴 때면 서둘러 아이보리색 커튼을 치고, 평소보다 몇 개인 가의 전등을 더 켠다.


행복한 순간은 불안을 동반한다많은 것을 잃어가며 지내온 날들의 모습과 지금이 겹쳐 더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무엇보다 단호하고 거대하다시대의 것이 아닌 당신의 것이 되고 싶다던 노래 가사처럼 삶은 이어지고언젠가 현실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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