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엘 Nov 13. 2023

겨울의 문

현관 밖을 나서자, 입가에 하얀 입김이 떠올랐다.


보통의 겨울 그림자가 거리를 길게 가로질렀다. 서쪽 방향을 향해 걸으면 주황색 저녁노을을 몸에 걸친 사람처럼 보였다.


휴일은 아니었지만, 미뤄둔 이런저런 사무와 리터칭을 마치고 나니 이미 해가 저물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붕어빵 생각이 나서 홍대입구역 2번 출구 방면을 향해 걸었다.


그러고 보니 겨울의 가장 처음 붕어빵은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먹었던 것 같은데 온전히 혼자서 발걸음을 옮긴 건 무척 오랜만인 기분이 들었다.


최근 삶의 형태에 관한 많은 생각을 한다. 언젠가 끝나게 될 이 시간 위에 나는 어디쯤 와 있고, 어디까지 가고 싶으며, 어떤 형태로 살아가고 싶은지, 그런 고민이다.


사진가라는 직업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며, 계절마다 바뀌는 꽃과 식물, 제철 과일 따위에 대해 사소하고 귀여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연말이 오면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장식할 수 있는 공간에서 지낼 수 있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오늘처럼 입김이 비칠 정도로 추운 겨울날, 서로 문득 마음이 동해 따뜻한 간식을 사러 함께 거리를 걸을 수 있다면 분명 멋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깊은 밤, 깊은 마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