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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Dec 02. 2023

12월

어디를 둘러보아도 이미 겨울이었다. 사람들의 입가엔 하얀 공기가 겨울 풍경처럼 스며들었다.


움츠러든 어깨와 꼭 쥔 손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붉어진 코끝과 볼이 귀여웠다. 매서운 바람이 불었고, 먼 곳에서 희미하게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왔다. 해가 저물자 도시 곳곳의 조명은 붉은색과 녹색으로 물들었다.


한순간도 눈 돌릴 틈 없이 지나간 11월, 그리고 어느새 12월.


거실에 트리를 꺼내놨다. 한여름에 했던 보름간의 크리스마스 촬영 때는 평생 그림자도 보기 싫어질 것만 같았는데, 트리를 꺼내고, 먼지를 털어내고, 열심히 전구를 감고 있었다.


아마도 어쩌면 이 거리에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 될지도 모른다. 기억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시간이 이곳에 머물러 있다. 참 많이도 울고 웃었다.


어제의 촬영은 유난히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오랜만에 함께 만나 손발을 맞춰준 후배 덕분인지, 왠지 아주 오래전의 어시스턴트 시절의 촬영장 같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추웠고, 서울을 떠나 먼 곳을 향해 달렸다. 모든 곳에 겨울 냄새가 가득했다. 그늘이 진 자리엔 얼마 전 내린 눈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편안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행복하게 막을 내렸다.


12월의 둘째 그리운 풍경처럼 어제 보다 네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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