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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Jul 03. 2024

사진의 나날

포트폴리오를 잃어버렸다.


정확히는 정리해 두었던 키노트 데이터였다. 이사를 하면서 백업을 하고 자료들을 정리하던 와중에 pdf 파일은 남겨두고 정작 편집이 가능한 파일은 실수로 지워버린 듯했다.


자연스레 옛 사진들을 찾으러 사진첩의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토록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도, 다시는 보기도 싫었던 한여름의 크리스마스트리도, 언제나 사랑에 빠질 것 같았던 겨울도, 주변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우린 무엇이 그렇게 즐거웠을까. 어떤 운명이 모두를 한 자리로 불러 모았을까.


이제는 상업사진을 직업으로 한 지 10년도 훌쩍 넘었지만, 사진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역시 기록으로서의 사진일 것이다. 어렴풋했던 시간이나 기억 멀리 사라졌던 아련한 풍경들도 사진 한 장이면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 그날 느꼈던 계절의 바람과 함께 했던 사람들의 표정과 온기 모두 되살아난다.


그때는 그랬었지, 달콤한 맛도 때때로 떫은맛도 느껴지는 기억들이지만 온전히 지내왔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그래도 제법 행복하게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늘 텅 빈 마음에 고통스러워했던 것 같은데, 수많은 웃는 얼굴들이 지나갔다.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서 지내온 날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사진과 만나서 사진과 친해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당신들과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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