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예측 시장 성장의 원년이 될 한 해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새롭게 떠오른 키워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예측 시장 (Prediction Market) 플랫폼입니다.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폴리마켓(Polymarket)과 칼시(Kalshi)는 이번 대선의 실시간 개표 상황에서 놀라운 정확도를 보여주었습니다. CNN 등 주요 언론사들이 개표 결과를 두고 발표를 미루는 사이, 폴리마켓의 트럼프 당선 확률은 95%로 치솟았고, 이는 최종 결과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한국의 정치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12월 6일 예측 시장 칼시에 처음 등장한 ‘한국 대통령 연내 탄핵 가능성’ 이벤트는 38.9%의 확률로 시작하여 이튿날인 12월 7일에는 78.9%까지 가파르게 상승하였습니다. 그러나 1차 표결이 부결되자 단숨에 21%로 급락하였고, 이후 4차 담화를 계기로 다시 수직 상승, 2차 표결 직전에는 무려 9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예측 시장이란 특정 사건의 발생 확률을 거래하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예측에 실제 자금을 투자하며, 이 과정에서 집단지성이 형성되어 높은 정확도의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2019년 100만 달러 수준이었던 글로벌 예측 시장의 거래량은 2023년 5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2024년에는 더욱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년까지 예측 시장이 1,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급성장에 따라 예측 시장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사행성 이벤트 베팅으로 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정보 거래소이자 위험 헤지 수단으로 평가합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 당국도 예측 시장의 제도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바, 2025년은 예측 시장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측 시장 자체는 전혀 새로운 분야가 아닙니다. 2005년 구글은 사내 이벤트 예측 시스템인 'Prophit'을 도입한 적이 있습니다.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이 플랫폼을 통해 신제품 출시일, 분기별 실적, 경쟁사의 움직임까지 다양한 사안에 대해 베팅했고, 실제로 높은 예측 정확도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구글은 이 프로젝트를 전격 중단합니다. 직원들이 부정적인 예측에 베팅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이 회사의 성과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이러한 예측 시장의 새로운 물결을 이끄는 주역들은 의외로 20대 초반의 젊은 창업자들이었습니다. 2018년 설립된 칼시와 2020년 문을 연 폴리마켓은 지난 3 - 4년간 묵묵히 시장을 개척해왔고, 마침내 2024년 4분기에 폭발적인 성장으로 그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특히 칼시는 급증하는 거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예측 시장의 다양성입니다. 누적 시장 수를 카테고리별로 분석한 데이터를 보면, 정치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기후/날씨, 엔터테인먼트, 과학기술 등 전 분야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측 시장이 더 이상 특정 분야의 전유물이 아닌, 보편적인 정보 거래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급성장의 핵심에는 '지식의 화폐화(Monetization of Knowledge)'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여론조사나 전문가 의견과 달리, 예측 시장에서는 참여자들이 자신의 지식과 정보에 실제 자금을 투자합니다. 특히 칼시(Kalshi)는 유일하게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거래 플랫폼으로서 가입자들이 가상 자산이 아닌, 실제 자신의 돈을 가지고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만난 타렉 만수르(Tarek Mansour)와 루아나 로페스 라라(Luana Lopes Lara)는 골드만삭스, 브릿지워터, 시타델 등 월가의 투자 은행 및 최고의 헤지펀드에서 경력을 쌓으며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당시 브렉시트와 같은 주요 이벤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있었지만, 금융사들은 복잡한 스왑과 옵션 상품을 조합해 간접적으로만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었습니다. "왜 미래 이벤트에 대한 확률 자체를 직접 거래할 수는 없을까?"라는 의문이 칼시의 시작이었습니다.
2018년 설립 이후 칼시의 성장은 가파르게 이어졌습니다. 2019년 와이콤비네이터를 거치며 시드 투자를 유치하였고, 2020년에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이벤트 계약 거래소 인가를 받은 최초의 기업이 되었습니다. 세콰이어캐피탈, SV엔젤을 비롯해 찰스 슈왑, 헨리 크라비스와 같은 투자 업계의 거장들도 칼시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였습니다.
개인당 투자 한도가 2만 5천 달러에 머물러 있던 칼시는 2024년 3월, 월가의 대형 트레이딩 회사인 수스케나 인터내셔널 그룹(SIG)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SIG는 연준의 통화정책부터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성과까지 다양한 이벤트 계약에 대한 전담 트레이딩 데스크를 구성하고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칼시는 일부 계약의 포지션 한도를 700만 달러까지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러한 치밀한 준비 과정이 있었기에 칼시는 2024년 미국 대선이 끝난 지금, 예측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예측 시장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2024년 9월, 콜롬비아 특별구 지방법원이 칼시의 의회 구성 예측 상품 출시를 허가했지만,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즉각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CFTC는 소액 이벤트 베팅은 허용할 수 있지만 정부 구성 등과 같은 이벤트에 대한 계약이 사실상의 도박이며 공익에 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결과물에 대한 투기적 시장이 민주적 과정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시장 친화적 정부의 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 1위 기업인 폴리마켓(Polymarket)의 핵심 투자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피터 틸(Peter Thiel)의 파운더스 펀드라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이는 향후 예측 시장에 대한 규제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결국 예측 시장의 미래는 '합법적 금융 상품'이라는 정체성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확립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법적 승인을 얻는 것을 넘어,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2025년은 예측 마켓이 제도권 금융 상품으로 편입될 수 있을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점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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