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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에서 10조 원을 벌어간 VC들의 과감한 베팅

피그마 투자에 탑티어 벤처캐피탈들만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

by CapitalEDGE

실리콘밸리는 축제 분위기


이번 주 피그마 IPO 소식으로 실리콘밸리가 완전 축제 분위기입니다. 7월 31일 상장에 성공한 피그마는 공모가를 33달러로 책정하였는데 상장 당일 주가가 115달러까지 치솟으며 3배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한 것입니다. 한국으로 따지만 하루 만에 따따상을 넘어선 성과입니다. 회사의 시가총액은 8월 1일 기준 85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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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마의 이번 IPO는 단순한 기술기업 상장을 넘어 실리콘밸리의 귀환과도 같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실리콘밸리 최정상급 투자자들이 이끄는 펀딩 히스토리, SaaS 기반의 이상적인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실리콘밸리 자체에서 출발해 여전히 그 중심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 있습니다.


올해 좋은 성과를 거둔 테크 섹터 공모주 중 코어위브는 헤지펀드가 초기 성장을 견인한 데이터센터 회사이고, 써클은 여전히 메인스트림과는 거리감이 있는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회사이다 보니 실제로 ‘실리콘밸리’ 회사라는 느낌이 약했죠.


하지만 피그마는 탄생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존재 자체가 ‘실리콘밸리’인 기업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했고,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이 전폭 지원했으며 지금도 실리콘밸리에서 ‘디자인’이란 아이콘을 매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3년 전 어도비의 인수가 무산된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결국은 창업자들뿐 아니라 기존 투자자들, 심지어 어도비 인수가 무산된 이후 $12.5Bn 기업가치로 프리IPO에 참여했던 기관들도 모두 승자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스케일AI, 위즈(Wiz)와 같은 상장 기대 종목들이 M&A로 사라지면서 IPO로 큰 성과를 낸 피그마는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희소성 높은 상장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피그마 투자로 미소 짓는 투자사들


피그마 IPO의 최대 수혜자들을 살펴보면 실리콘밸리의 파워 구조와 함께 탑티어 VC들의 투자 역량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인덱스 벤처스, 그레이록, 클라이너 퍼킨스, 세콰이어캐피탈 등 시드부터 시리즈 C 단계까지 리드 투자자로 참여한 기관들은 공모가 기준으로 따져도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 단위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이는 펀드의 수 또한 지난 5년 중 최대 규모라는 평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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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 벤처스는 피그마의 최초 기관투자자로서 가장 큰 수익을 예상합니다.


2013년 시드 라운드부터 참여해 총 5천만~1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공모가 기준 지분 가치는 21억 달러에 달합니다.


총 투자금의 40배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이는 인덱스의 전체 펀드 규모를 3배 가까이 넘어서는 단일 투자 성과입니다.


인덱스의 파트너인 대니 라이머는 2010년 초 뉴스 앱 플립보드의 투자자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피그마의 창업자 딜런 필드가 대학생 시절 플립보드에서 인턴을 했던 게 인연이 되어 투자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라이머가 주도한 이 투자는 인덱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투자 중 하나가 될 전망입니다.


그레이록은 2015년 시리즈 A를 주도하며 당시 총 5천만 달러를 투자해 현재 20억 달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레이록 또한 약 40배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그레이록의 통상적인 펀드 규모를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기록합니다.


그레이록과 피그마의 연결고리는 링크드인에서 시작됩니다. 그레이록에서 피그마 투자를 주도한 존 릴리는 당시 링크드인의 CEO였던 제프 와이너를 통해 딜런 필드를 소개받았는데, 와이너가 필드의 링크드인 인턴십 시절 재능을 알아보며 시드 투자자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클라이너 퍼킨스는 2018년 시리즈 B를 주도하며 총 9천만 달러를 투자해 18억 달러 상당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약 20배의 수익률로, 이는 클라이너의 단일 펀드 규모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흥미롭게도 클라이너와 피그마의 인연은 가장 오래되었습니다. 딜런 필드는 대학생 시절 클라이너 퍼킨스에서 진행한 엔지니어링 펠로우십에 참여하며 클라이너의 전설적 투자자 존 도어를 알게 되었고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갑니다.

2019년 세콰이어의 사무실에서 텀싯에 사인 중인 딜런 필드 (@andrew_reed)

하지만 정작 초기 라운드들에서 클라이너는 계속해서 피그마 투자를 거절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2017년 새롭게 클라이너의 수장으로 합류한 마문 하미드가 피그마의 바이럴 성장 지표를 보고 즉시 투자를 결정한 것이 지금의 대박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세콰이어캐피탈은 시리즈 B 라운드까지 계속해서 피그마 투자를 패스했다가 2019년 시리즈 C에서 공격적으로 참여해 성과를 가져가게 된 사례입니다. 8-9배의 수익률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여전히 단일 투자로는 놀라운 성과입니다.


이들 4개 펀드가 피그마에서 거둘 총 수익은 최소 70억 달러에 달합니다. 이는 각 펀드의 통상적인 규모를 고려할 때 전체 펀드 수익률을 몇 배씩 끌어올리는 게임 체인저급 투자입니다. 특히 시리즈 C까지 투자한 펀드들은 해당 펀드 규모에 맞먹는 수익을 피그마 한 건으로 달성하게 됩니다. 향후 펀드레이징에서는 피그마에 투자를 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으로 나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과감한 베팅의 순간들: 당연한 것은 없었다


피그마의 성공을 사후적으로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각 투자 시점에서는 상당한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존재했습니다. 특히 제품과 실적이 어느 정도 나타나기 시작한 시리즈 A, B와 C 단계에서 투자자들이 얼마나 과감한 밸류에이션을 제시했는지를 분석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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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라운드 (2013): 비전에 대한 투자


2013년 피그마는 시드 라운드를 진행합니다. 당시 기업가치는 $30Mn에 불과했고, 매출은 없었습니다. 19세의 대학 중퇴생 딜런 필드가 “디자인계의 구글 문서"라는 비전으로 투자를 받았지만, 실제 제품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인덱스 벤처스의 데니 라이머는 3D 공이 물에 떠 있는 데모 하나만 보고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순전히 비전과 팀에 대한 베팅이었습니다.


시리즈 A (2015): 여전한 Pre-Revenue 베팅


2년 후 시리즈 A에서 피그마는 $14Mn을 조달하며 기업가치가 $75Mn으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매출은 없었습니다. 그레이록의 존 릴리는 베타 제품만 보고 투자를 결정했는데,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디자인 도구 시장이 너무 작다”며 투자를 거절한 상황이었습니다. 릴리는 어도비의 오프라인 도구들이 클라우드 협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전체 라운드의 절반 이상인 800만 달러를 베팅합니다.


당시 투자를 검토했었던 액셀(Accel)은 경쟁사였던 인비전(InVision)의 투자사란 이유로 라운드에 참여하지 않기로 합니다. 인비전은 4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유니콘 기업이었지만 2024년 말 서비스를 종료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시리즈 B (2018): 첫 매출과 공격적 밸류에이션


시리즈 B는 피그마 투자 히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2018년 $25Mn을 조달하며 기업가치가 $160Mn으로 뛰어오릅니다. 이때 피그마의 연간 반복 매출(ARR)은 약 $4Mn에 불과했습니다. 밸류에이션 대비 매출 배수가 무려 40배에 가까웠죠. 당시에도 고성장 SaaS 기업이 ARR의 10-15배에서 기업가치를 책정했다는 점에 비교해 보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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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너 퍼킨스의 마문 하미드는 이전 라운드들에서 계속 패스했던 클라이너가 이때 처음 투자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바이럴 사용 통계를 보고 슬랙(Slack)과 같은 폭발적 성장 패턴을 확인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이라며 패스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파운데이션 캐피탈은 당시 내부적으로 투자 승인을 받았지만 클라이너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탓에 딜을 놓치게 됩니다.


시리즈 C (2019): 선제적인 베팅


2019년 시리즈 C는 더욱 극적입니다. 시리즈 B 이후 6개월도 안되어 $40Mn를 조달하며 기업가치가 $400Mn 달러로 뛰었습니다. 전년도 매출이 $4Mn이었던 상황에서 100배가 넘는 밸류에이션을 받은 것입니다. 심지어 2019년 말 예상 매출인 $25Mn로 계산해도 17-18배의 높은 배수였습니다.


세콰이어의 앤드류 리드는 처음에 포트폴리오 회사들로부터 "피그마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피드백을 받고 투자를 거절했다가, 3개월 후 같은 회사들이 "다시 피그마를 봐달라"고 요청하자 즉시 투자에 나섰습니다. 세콰이어는 시리즈 C 라운드의 대부분을 가져가며 공격적으로 베팅합니다. 리드는 나중에 "디자이너들에게 브라우저에서 작업하라고 하는 것은 금융인에게 엑셀을 버리라고 하는 것과 같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방향에는 확인이 있었다"고 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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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가장 큰 수익을 올린 투자들은 가장 불확실했던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인덱스는 제품도 없던 시드 단계에서, 그레이록은 매출이 전혀 없던 시리즈 A 단계에서 투자를 확정했습니다. 시리즈 B와 C라운드로 가며 기업가치가 빠르게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피그마가 모든 투자자의 컨센서스를 형성한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트랙션이 보이기 시작한 단계에서는 여전히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감한 밸류에이션을 제시한 곳들이 결국에는 딜을 따내고 결과적으로 웃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탑티어 VC들이 지배하는 게임의 진짜 법칙


실리콘밸리에서는 요즘 많은 투자 라운드를 소위 헤지펀드에 기반을 둔 비전통적 투자자들이 적극 참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하지만 벤처 투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리즈 A와 B 투자는 여전히 인덱스, 그레이록, 클라이너, 세콰이어와 같은 탑티어 터줏대감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십 년의 역사를 통해 구축된 범접할 수 없는 네트워크로 될성부른 기업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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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좋은 딜 플로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진짜 차이는 후행적인 평가가 아닌, 지표에 선행하는 몇 가지의 시그널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과감한 밸류에이션 책정을 통해 딜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앞의 차트에서 잘 표현한 것처럼 고성장 스타트업일수록 기업 가치 상승의 변곡점은 실적 상승의 변곡점보다 앞서 찾아옵니다.


즉, 실적이 본격 상승하기 전에 자신만의 확신과 신념, 그리고 경험 그 중간 어딘가를 절묘하게 녹여내는 능력을 바탕으로 과감하게 베팅한 투자자가 시리즈 A - C 단계의 리드 자리를 거머쥘 수 있었죠.


카테고리를 새롭게 창조하는 기업들의 모든 라운드는 항상 가장 비싸 보이고 고평가되어 보인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가 가장 기업가치가 낮았을 때였다.

피터틸


피그마도 정확히 그런 케이스입니다. 제품 및 실적 수준에 비해 매번 "너무 비싸다"는 소리를 들었던 스타트업이지만, 지금 보면 모든 라운드가 엄청난 바겐세일이었던 것이죠. 심지어 어도비가 $20Bn에 인수하겠다고 했던 2021년 당시의 베팅 또한 지금의 시가총액에 비교해 보면 전혀 과도한 금액을 지불한 것이 아닌 셈입니다.


이게 바로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의 진짜 본질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피그마처럼 카테고리를 새로 만드는 기업들은 항상 "말도 안 되는 밸류에이션"을 받으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어 보이는" 밸류에이션에 베팅할 수 있는 확신과 시스템을 갖춘 투자자들이 결국 가장 큰 수익을 가져갑니다. 속지 말아야 할 것은 겉으로 보이는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숨어있는 진짜 게임의 법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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