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italEDGE 발행 3년, 안주보다는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초대형 벤처캐피탈인 안드리센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가 최근 자사 미디어와 뉴스레터 플랫폼을 기존의 메일침프를 활용한 자체 플랫폼에서 서브스택으로 이전했습니다. 특히 a16z는 2019년 서브스택의 시리즈 A 라운드부터 리드 투자자로 참여하였고, 심지어 마크 안데르센이 직접 서브스택의 이사회에도 참여하여 해당 플랫폼의 성장을 뒷받침해왔는데, 정작 자신들의 뉴스레터는 2025년 9월이 되어서야 서브스택으로 옮기는 것이니 어찌 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사실 본 뉴스레터에서 한때 a16z의 콘텐츠를 "고품질 노잼 모음집"이라고 지적한 바 있죠. 그러나 최근 에릭 토렌버그(Erik Torenberg)를 새로운 파트너로 영입한 이후 a16z의 미디어 전략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의 썸네일 이미지는 한층 깔끔하면서도 눈길을 끌도록 바뀌었고, 제목은 트렌디해졌으며, 다루는 콘텐츠도 시의적절하게 업계 흐름을 짚고 있습니다.
또한 이전까지 별다른 콘텐츠 기여를 하지 않던 a16z Growth 팀의 데이비드 조지(David George)와 사라 왕(Sarah Wang)도 최근 흥미로운 글을 선보이며 전사적으로 미디어 전략에 더욱 힘을 싣는 모습입니다. 과거 a16z의 콘텐츠가 모두가 구독하지만 정작 아무도 읽지 않는 어느 전략 컨설팅 회사의 뉴스레터 같았다면, 이제는 인기 테크/벤처 뉴스레터인 'Not Boring'이나 'Lenny’s Newsletter'처럼 재미있고 트렌디하게 거듭나고 있습니다.
한편, 그동안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뉴미디어 전략을 펼쳐온 곳으로 레드포인트벤처스(Redpoint Ventures)를 꼽을 수 있습니다. 레드포인트는 자체 틱톡 계정을 운영하고, 소속 파트너가 진행자로 나서는 '로건 바틀렛 쇼(Logan Bartlett Show)'를 론칭하는 등 발 빠르게 미디어 실험들을 진행해왔죠.
이 전략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은 13년간 나스닥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이끌다가 3년 전 실리콘밸리로 뛰어든 조쉬 마치즈(Josh Machiz)입니다. 그리고 마치즈는 지난주 레드포인트보다 규모가 큰 탑티어 벤처캐피탈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로 자리를 옮겨 CMO를 맡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피치 미팅에 들어갔는데 창업자가 '(라이트스피드의) 틱톡 영상을 봤는데,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이미 돈으로 살 수 없는 브랜드 친밀감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조쉬 마치즈, TBPN 인터뷰 중
마치즈는 라이트스피드의 위상에 걸맞게 새로운 미디어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으며, 실제로 테크 비즈니스 팟캐스트 TBPN에 출연해 벤처캐피탈 회사에게 인스타그램과 틱톡 계정 운영이 이제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벤처캐피탈이 전체 대체투자 분야 중 운용자산 규모(AUM)는 가장 작으면서도 가장 요란한 자산군이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연기금 등의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부동산, 헤지펀드, 사모펀드(바이아웃) 등에 비해 VC 펀드 규모가 너무 작아 아예 출자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 벤처캐피탈은 뱅커와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뿌린다고 자동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는 유일한 대체 투자 분야라고도 합니다. 월가 은행들도 샌프란시스코 지사를 만들어 부지런히 창업자들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죠. 벤처캐피탈은 규모가 크건 작건 관계 중심의 비즈니스입니다. 업계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르고 영향력도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투자 기회를 얻으려면 결국 유망한 창업자와의 직접적인 인맥과 신뢰 관계가 필수인 현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규모 있는 탑티어 벤처캐피탈들은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일에만 집중하면 된다"며 홍보나 미디어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방대한 네트워크와 확고한 명성을 바탕으로 창업자들이 먼저 찾아오는 투자자 우위의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고, 내부적으로는 LP(유한책임출자자)들과의 관계만 잘 관리하면 펀드는 계속 커졌죠.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벤처캐피탈도 스스로 업계 아젠다를 설정하고 대중 담론을 주도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필요하면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내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백악관 등 최고위층과도 긴밀한 교류를 맺어두는 것이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말 그대로 벤처캐피탈이 곧 미디어이고, 미디어가 곧 영향력인 시대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유수의 벤처캐피탈들은 자체 미디어 역량을 강화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스타트업 업계 소식에 관심 있는 콘텐츠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벤처캐피탈의 미디어 진화가 업계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입니다.
3년 전, 주식 시장이 폭락하고 벤처 혹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에 CapitalEDGE는 출발했습니다. 거창한 아젠다는 없었습니다. 다만 “비관주의자는 인기를 얻고, 낙관주의자는 돈을 번다”는 격언을 되새기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노이즈와 시그널을 구분하고, 어그로와 인사이트를 분별하자는 다짐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죠. 그렇게 시작한 CapitalEDGE가 어느덧 3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구독자를 늘리려면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전환하고 단톡방을 운영하고 인스타그램, 쓰레드 등 다양한 채널 노출해야 한다”고 조언해 주십니다. 모두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우리는 왜 뉴스레터를 쓰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떠올립니다.
CapitalEDGE가 지향하는 것은 단순히 어디서 빌려오거나 유튜브에서 주워온 아이디어가 아닌, 누군가에게는 꼭 의미 있고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무료 공개 글을 쓸 때마다 제목의 어그로나 바이럴을 고민한다는 사실이 지금도 어색합니다. 오히려 유료 콘텐츠는 자극적인 제목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낍니다. CapitalEDGE가 처음부터 유료 뉴스레터로 시작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
뉴스레터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챗GPT가 세상을 뒤흔들기 이전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AI라는 거대한 파고와 함께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늘 깊이와 대중성 사이의 균형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이제 3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인기 없는 선택을 하고자 합니다. CapitalEDGE는 대중성보다는 깊이를 선택하였습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뉴스레터의 한계를 끝없이 시험하며, 더 깊이 있는 콘텐츠로 다가가겠습니다.
3년 동안 CapitalEDGE를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CapitalEDGE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인사이트와 의미 있는 연결을 추구하는 뉴스레터로 성장하겠습니다. CapitalEDGE의 앞으로의 여정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위클리 콘텐츠는 AI 및 다양한 테크 분야의 투자와 관련된 콘텐츠 커버리즈를 더욱 강화할 예정입니다. 4분기에는 다음과 같은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퍼플렉시티(Perplexity) 시리즈 E 투자 메모
스타게이트 & 텍사스 애블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AI 올인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Situational Awareness) 전략 대해부
Physical Intelligence vs. Skild AI, 누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의 선두인가
스페이스테크 투자가 2025년 급감한 이유
AI 사용법이나 AI/테크/미국 주식 관련 투자를 다루는 너무나도 좋은 콘텐츠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래 변화의 시그널을 가장 최전선에서 접할 수 있는 분야는 ‘초기/비상장 테크/기술 투자’이라고 생각합니다. CapitalEDGE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AI/테크 관련 엔젤 투자에서 IPO까지 비상장의 광범위한 부분을 보다 다채롭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10월 1일부터 CapitalEDGE는 유료 뉴스레터는 주 3회 발행됩니다. 그리고 CapitalEDGE의 3대 키워드인 Technology, Investing 그리고 Entrepreneurship을 보다 심도있게 다루고자 합니다.
화요일: Technology – ASIC(AI, Silicon, Infra and Computing), Critical Infrastructure, Industrial Intelligence
금요일: Investing – 피치덱, 투자메모, 벤처투자 & 인사이트
일요일: Dossier – 주간 콘텐츠 큐레이션
무료 뉴스레터 WeeklyEDGE는 창업, 기업가 정신 및 주목받는 업계 이슈들을 중심으로 좀 더 대중적인 내용을 다루며, 10월부터는 월 2회 내외 비정기적으로 발행될 예정입니다.
또한 10월 1일부터 새로운 유료 구독 가격이 적용됩니다.
월 구독료: $9.9
연간 구독료: $99.0
9월 30일까지 연간 구독을 신청하시면 $65에 1년간 구독이 가능합니다. 가격 인상 전 마지막 장기 구독 기회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CapitalEDGE는 늘 변화를 추구해 왔습니다. 1분기에는 스티비에서 서브스택으로 플랫폼 이전을 완료했고, 2분기에는 주 3회로 발행 주기 확대하였으며, 3분기에는 미니멀리스트 창업가 출판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론칭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3주년을 맞아 4분기에는 처음으로 독자 여러분과 함께 CapitalEDGE를 만들어 가는 펠로우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테크+벤처+투자에 대한 시각을 함께 고민하고, 콘텐츠로 발산할 펠로우 3분을 첫 파일럿으로 모십니다. 운영 기간은 10월부터 12월까지 총 3개월입니다.
CapitalEDGE 뉴스레터 공동 기고 (월 1회, 원고료 지급) → 각자의 콘텐츠 아카이브 축적
테크·벤처·투자에 대한 심층 토론 및 에디터와의 네트워킹 기회 (월 2회)
콘텐츠 제작 및 발행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콘텐츠 제작 인사이트 쌓기
신선한 관점과 아이디어, 그리고 콘텐츠 다양성, 향후 콘텐츠 구성 전략
토론과 스터디를 통한 테크/AI 투자에 대한 지식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기
CapitalEDGE 콘텐츠의 확산과 영향력 확대
Active Contributor: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고, 글과 토론으로 적극 기여하는 분
Curiosity Mind: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테크·벤처·투자에 대한 호기심이 풍부한 분
Contents Maniac: 콘텐츠에 진심이며, 글로 세상과 소통하기를 즐기는 분
기간: 3개월 (첫 파일럿)
규모: 최대 3명 선발
형태: 온라인 중심
참여 시간: 월 10시간 이내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