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고 뒷목이 뻐근하더니 두통이 찾아왔다. 이런저런 복잡한 상황이 있어 머리로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자기 최면을 걸고 있지만, 몸과 마음은 벌써 천근만근이다.
난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굉장히 힘든 사람이다. 그래서 앞뒤가 맞지 않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뭘 할 수 있을까부터 생각한다. 유튜브를 틀고 과자를 먹으며 쉬고 싶어 유재석의 <핑계고>를 틀었다. 아이유가 나왔다. 아이유는 평소에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잘한다고 한다. 한자리에 6~7시간 앉아있는 것도 일반적이고 어렵지 않은 일이어서 식탁에서 점심 먹고 일어나지 않고 계속 앉아있다가 다시 저녁까지 먹기도 한다고 했다. 일할 때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쉴 때는 또 제대로 쉴 줄 아는 그녀가 참 멋져 보였다.
그래서 다시 더 아무것도 하지 않아 보기로 했다. 방전이 되면 충전기에 꽂힌 채 누워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시 에너지가 차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휴대폰처럼 그렇게 가만히 있어보고 싶었다. 충전기에 꽂혀있는 휴대폰처럼 똑같은 자세로 옆에 누웠다. 아이유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인지 뭘 해야 한다는 욕구가 다시 차오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불편해서 일어나 앉아있으니 아이들이 책 한 권을 들고 왔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간 <메멘과 모리>인데, 재미있게 읽었다며 읽어보란다.
‘내일이 마지막일지도 몰라.’라며 매일매일 열심히 보내도 좋고,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태평하게 보내도 좋아. 끝까지 포기 말고 노력해도 좋고, 한번 정한 것을 자꾸자꾸 바꿔도 좋아. 그거면 되지 않을까?
뭐, 머리로는 알아도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야. 말하자면,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선택할 수 없는 일이 있다.’라는 거지. 그걸 구별할 줄 알게 되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