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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Jul 23. 2024

오랜만인…적당한 여유와 생기

반가운 브런치, 그리고 감사한 보통의 날


 오랜만에 글을 쓴다. 남편이 ‘독서가 내 삶을 이끌어 준다고 생각했는데 삶이 독서를 이끌어주고 있었다’고 표현했던 것처럼 나 역시 삶의 여유와 평탄함이 독서도 글쓰기도 이끌어 주고 있었던 거였구나.. 느끼며 버티고 지낸… 긴긴 봄과 초여름이 갔다. 몸도 마음도 편치 못했던 하루하루를 보내며 그저 그런 보통의 날을 바라고 바랐는데 그런 순간이 드디어 온 것 같다. 눈에 밟혔고 마음이 쓰였지만 돌보지 못했던 브런치 공간에 돌아오니… 좋다. 참 좋다.  


 방학이 시작되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방학…

방학(放學)은 학문, 학업을 잠시 내려놓고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간이다. 물론 사전적 의미로는 그렇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잠시 쉬어가는 ‘방학’이라는 의미보다 ‘가(加) 학’… 어쩌면 더 가열차게 학문에 힘을 쏟아야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나의 이번 방학은 철저히 학교를 놓아주는 방학이 되고자 한다. 방학이 없었다면 아무리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좋아하고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해도 학교라는 공간에서 튕겨져나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몸도 마음도 참 힘든 한 학기였다. 이렇게 잠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방학이라는 시간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도전했던 일도 있었다. 진로 교사가 되는 일이었다. 이번 학기에 중국어 수업보다 체육 수업과 진로 수업을 더 많이 진행했었는데… 그래서 너무 힘들었지만 이 또한 전화위복이 되기도 했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학업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슨 일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생각해 보고 자신의 앞날을 주체적으로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 그런 수업을 함께한다는 것이 참 의미 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진로에 대해 누구보다 끊임없이 고민해 왔고 그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내가, 진로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로상담 대학원에 도전했고,,, 운 좋게 합격했다. 교사 업무와 학업을 병행해야 하기에 2학기는 더 힘들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도전으로 기대와 설렘이 더 큰 걸 보면… 병인가? 싶다. 뭐 이런 나도 나니까…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첫째 아이가 있으니, 주변에서 예비 중1이라는 표현을 붙여 이번 방학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물어온다. 나는 그저 우리 아이들이 방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쉼이 있었으면 좋겠다. 공부를 안 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었던 것들을 더 많이 하고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집안일도 하고, 용돈 벌기도 하고, 요리도 하고, 도서관 미술관도 다니고, 놀러도 많이 다니고… 그렇게…


 방학을 하자마자 외할머니, 아이들에게는 증조할머니(왕할머니)께서 계신 곡성에 다녀왔다. 할머니댁 마당에 서서 초록과 파랑이 사이좋게 절반씩 나누어가진 드넓은 자연을 보고 있으니… 탓하기 바빴고 미워하기 급급했던 나의 마음이 비로소 보인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나를 마주할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아직도 나를 우리 강아지로 보아주시는 할머니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적당히 여유롭고 적당히 생기 있는 여름날 오후…

브런치 나들이를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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