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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지 Jan 31. 2024

어려운 것들과 친해지는 시간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일에 용기를...


 시간이 빠르다. 벌써 1월의 마지막 날이고 내일이면 2월이 시작된다. 요즘 나는, 어렵고 못하는 것들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시간이 이리 빨리 흘러가니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아도 아까운 날들이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멀리 미뤄놓고 지내온 것들이… 해보고 싶어졌다.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고 그래야 마음이 놓이는 나는, 익숙하지 않은 일들에 용기를 내는 일을 꺼린다. 그런데 문득 내가 어렵고 힘들고 못하는 일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고 친해질 필요가 있는 일이라면, 내가 정말 그 일들을 싫어하고 못하는 사람인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졌고 도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잘 못하는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니까 시간이 두세 배로 빨리 간다. 어떤 사람에게는 하루면 충분한 일을 몇 날 며칠이 부족하기도 하고, 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을 통해 어떤 일은 도전했지만 결국은 나와 맞지 않는 어려운 일로 남아버리거나 오히려 더 싫은 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그것을 검증해 볼 기회는 주고 싶어졌다. 살면서 필요하지 않은 시간은 없으니… 어쩌면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더 성장하고 스스로를 더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니…




 비우는 일과 친해지고 있다. 나는 채우는 일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비우는 일에는 소질이 없다. 청소나 정리를 잘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마음을 크게 먹고 비워낼 것들을 찾아도 버리면 안 되는, 버리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아내곤 하며 쌓고 또 쌓다가 정리를 포기한다. 이번에는 열심히 집안 청소와 정리를 하며 비우기를 해보고 있다. 역시 나에게는 어려운 일이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비워가는 일에 즐거움을 느껴보려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들을 잘 정리하고 비우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 내가, 마음에서 정리하고 비워야 하는 것들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서…


 혼자 하는 운동과 친해지고 있다. 나는 늘 돈을 들이고, 선생님이 있는 상황에서 몸을 움직여 운동을 했다.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실천도 하는 편이지만, 늘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는 혼자서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요즘은 집에서 영상을 보고 혼자 운동을 하고 틈틈이 배워왔던 필라테스나 요가 동작을 혼자 해보고 있다. 누군가에게 쉬운 일이지만, 나에게는 역시나 어려운 것들.. 이 또한 내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혼자 외출을 하는 일과 친해지고 있다. 운전에 미숙하기도 했고, 의지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아이들을 혼자서 준비시켜서 외부 활동을 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버겁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하기 힘든 일이니 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생각하고 혼자서는 절대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지 않았었다. 이번 방학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도 가고 박물관도 가고 운동하러도 가고 데이트도 하고 친구들을 만나 놀러도 가고 열심히 알차게 외부 활동도 함께하고 있다. 아이들 덕분에 독립성이 키워지고 있는 엄마다.

 요리를 하고, 영어 공부를 하고, 독서를 하고 필사를 한다. 모두 나에게는 친하지 않은 어렵고 힘든 일들이다. 자꾸 익숙하고 편한 것들만 하면서 지내온 시간들로 돌아가는 회귀 본능이 생겨난다. 시간을 쪼개 써도 바쁘고 또 바쁘다.


 그럼에도 내 안에서 스스로 선을 긋고 친해지지 않으려 노력했던,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하면서 나는 또 새로워지고 스스로를 더 알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원래 이런 것은 잘 못해.’라고 했던 부분들에서 조금씩 새로운 성취가 생길 때마다,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은 물론, 스스로도 ‘내가 이런 것들도 잘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배움과 도전을 했기에 가능한 성취다. 그리고 원래 이런 것을 잘 못하는 것이었는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구분하는 과정에서 나를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열심히 정리를 하다가 미처 몰랐던 '못하는 일' 하나를 더 발견했다. 딸들이 나에게 준 셀 수 없이 많은 러브레터들을 보면서… 수 없이 많은 하트를 그려가며 사랑을 고백한 많은 편지들에 나는 몇 번의 답장을 썼을까? 많이 표현하고 사랑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편지와 답장에 너무 인색한 엄마였다. 글자를 배우자마자 삐뚤빼뚤 그림 그리듯 글자를 써서 보낸 편지, 맞춤법이 다 틀려있어 여러 번 읽어야 해석이 되는 편지, 열심히 오리고 접고 만들어 쓴 편지, 구구절절 속마음을 써 내려간 편지… 딸들의 편지를 읽고 있으니 나는 이런 마음에 답하는 일을 잘 못하고 친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또 새로운 도전 과제가 생겼다. 아이들에게 편지 쓰기… 어려워서 못한 것은 아니지만, 익숙하지 않았던...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하지 않았던... 그런 일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또 이렇게
새로운 경험으로 생각이 자라고,
아이들 덕분에 마음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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