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윈지 Dec 05. 2023

나의 책과 다시 만나는 시간

마주할 용기가 났어... 드디어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는 어떤 순간들이 있다. 덮어놓으면 차라리 편하겠다 싶은.. 그래서 애써 들추기 싫은.. 그런 마음 역시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다시 용기를 내고 스스로 마음을 열 시간...


 나의 첫 책을 3년 만에 다시 꺼내 들어본다. 초보작가의 도전과 열정과 패기였던… 그러다가 누구도 지우지 않은 스스로의 짐이었던… 나의 첫 책을…

열정이 가득했기에 더욱 마주하기 힘들었던 나의 책


편집 부장님과 2년 반 만에 재회


 나의 첫 책은 나와 같은 워킹맘인 편집부 주간님과 부장님과 함께 작업을 해서 탄생했다. 책을 출간하게 된다는 것은 행운이 따르는 우연, 말로 설명할 수 없이 이어지는 인연,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믿는 과정으로 만드는 필연 이 모든 것이 함께하는 일이라 생각한다.(지난주 종영한 무인도의 디바를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우연과 인연과 필연으로 맺어진 관계에서 탄생한 나의 첫 책이 출간된 지 2년 하고도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책을 만들고는 싶었지만 여러 가지로 준비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특히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의 차이를 잘 알지 못했고, 책을 출간하고 나서의 작가의 무게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출간 후의 모든 일정이 부담스러웠고 힘들었다. 나의 책은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다. 자기 계발분야의 베스트셀러에도 진입했다. 영상을 찍고 인터뷰를 하고 강연을 하게 되었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성장하는 기회였지만 나는 그 모든 게 버겁고 힘들었다. 출판사는 나에게 더 많이 앞장서서 활발히 활동해 주기를 바랐다.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지만 나는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규교사의 신분으로 학교 눈치 보랴 부족한 첫 책으로 스스로의 역량을 살피랴 전전긍긍하며 나 자신을 작은 테두리에 가둬놓고 자꾸만 문을 닫았다.

  

 이런 나와 함께했던 출판부 직원들은 얼마나 답답한 마음이었을까? 그래서 늘 감사하고 또 미안했다. 그리고 그렇게 저렇게 시간이 흘러 2년 반 만에 편집 부장님을 만났다. 서투른 초보작가로 기억하시거나, 답답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남지 않았을까 걱정했던 나는, 그녀의 말에 그간 짐처럼 자리 잡았던 미안한 마음이 사그라들었다.


 “그때 저도 선생님께 많이 자극받고 많이 배우며 함께하는 동안 많이 성장했어요. 항상 긍정적으로 함께 작업해 주신 덕분에 좋은 추억으로 남는 시간이었고요.”


 나의 부족함도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신 부장님… 언제 또 어떻게 다른 인연으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나의 첫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딸아이가 나의 책을 읽는다


 내가 첫 책을 출간했을 때 딸아이는 초 1학년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었다. 글씨가 빼곡한 엄마의 첫 책을 몇 장 읽다가 포기해 버렸지만, 딸아이는 한동안 “우리 엄마 작가야.”라는 말을 열심히 하고 다녔다. 내가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진 것보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을 좋아했다. 그렇게 책장에 장식만 해뒀던 엄마의 책을 갑자기 딸아이가 꺼내 들었다. 지난번 호랑 작가님의 <지금이야, 무엇이든 괜찮아>를 읽고 나서 어른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는지 아니면 엄마의 글의 느낌을 다시 보고 싶어 졌는지 모르겠다. 열심히 정독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코를 훌쩍훌쩍하길래 감기기운이 있나 하고 보았더니 책을 읽으며 눈물을 뚝뚝 콧물을 훌쩍거리고 있다. 왜 우냐고 물으니...

 “엄마가 (엉엉…) 이런 마음이었는지 몰랐었어.(흐엉엉)”

아이를 키우며 엄마의 꿈에 도전하던 순간들을 아이가 읽고 이해하게 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이는 빠른 속도로 책을 읽더니 1부 에세이를 지나 2부 자기 계발 부분을 정독했다. 그리고는 거기에 내가 써 놓은 엄마 계획 예시를 보고 말한다.

 “엄마, 2025년에 두 번째 책 낼 거야? 너무 늦은 거 아니야?”

 ‘늦어? 엄마가 그때 두 번째 책을 낼 수는 있을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실망시키기 싫어서 속으로 꾹 삼켰다.


 은 남는다. 그 남은 을 나도 다시 읽고, 아이도 다시 읽고, 내가 아는 누군가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읽는다. 출간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잊힐 만큼 시간이 흘렀음에도, 책과 글은 바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몰랐던 지금의 나의 마음을 미래의 내가 다시 읽을 수도 있고, 시간이 흘러 언젠가 다른 누군가가 읽고 공감하거나 용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글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을 쓰는 일에 마음을 다할 수밖에 없는.. 많은 이유 중에 하나다.




 나를 계속 쓰게 하는 응원과 격려의 마음들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인다. 글의 맥락을 따라가면 그 사람의 가치관 인생관이 보이기도 하고 한 사람의 많은 글이나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을 깊이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글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사람의 일부인 것은 분명하다.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꽤나 감동적인 일이다. 아프고 슬프고 여유 없는 마음이 보이면 함께 힘들고 눈물이 울컥한다. 기쁨과 설렘과 행복한 마음이 보이면 함께 즐겁고 행복하다. 아는 바를 설명해 주고 나누어줄 때 역시 그 마음이 전해져 온다.

 글을 읽으며 그 마음이 와닿고 내 마음이 가닿아 맺은 인연… 작가와 독자의 인연… 글을 쓰는 이와 글을 읽는 이의 인연은… 다른 여러 종류의 인연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갖는다. 어쩌면 더 깊고 더 성숙하고 더 진지하며 더 사랑스러운 인연이다. 내면을 아낌없이 보이고 진정한 마음을 나누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출간한 지 거의 3년이 다 되어가는 내 책을 읽고 아직도… 여전히… 많이 공감했다며,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며, 많은 자극이 되었다며 건네어오는 감사의 인사와 피드백들… 브런치에서도 부족한 글임에도 마음을 나누고 더 성장하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댓글들… 사실 어쩌면 글 쓰는 내가 그들에게 전한 마음보다 글 읽는 그들이 나에게 전한 마음이 더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첫 책을 출간 후 2년 동안 글쓰기가 싫고 책 쓰기는 더더욱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에게 다시 용기를 내라고 힘내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건네어오는 이런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나를 또 쓰게 하는 것 같다.



 이제는 마주할 수 있는 여유가… 다시 생긴 것 같다. 돌이켜보면 글 쓰는 일을 지독히 외면하고 마주하기 싫었던 그 시간조차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이렇게 성장해 가는 것일 테지…  


매거진의 이전글 <아는 듯 모르는 듯 다시 만나요, 우리> 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