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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Mar 31. 2022

직장인의 모닝 믹스 커피

소소한 직장 생활

1년간의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지 이제 한 달이 다되어 가고 있다. 1년간 사무실을 떠나 있었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신과 다르게 육체는 예상외로 빨리 적응한 것 같다.


적응이 빠른 이유를 찾자면 휴직 전 직장인일 때와 마찬가지의 루틴을 이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출근 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리에 있는 컴퓨터의 전원을 누르는 일이다. 출근하자마자 일을 하기 위함은 아니고 가장 먼저 컴퓨터를 켜지 않으면 직장에 출근한 직장인의 예의가 아닌 것 같은 그런 기분이랄까.

그다음에는 탕비실로 간다. 검은색 뚜껑과 은색 스틸의 몸체를 가지고 있는 포트에 정수기의 물을 담아 전원 스위치를 누르면 파란 불빛이 작동이 잘 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물이 끓는 동안 노란색 커피 믹스 한봉을 뜯어 그 안에 들어있는 가루들을 종이컵에 쏟는다. 그리고 개인 머그컵에는 둥굴레차 티백을 하나 넣고 잠깐 벽에 기대 물이 끓기를 기다린다.


그 시간 동안 누군가 탕비실에 들어온다면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또는 "어제 퇴근 후 뭐하셨어요?" 둘 중에 하나의 질문을 하며 짧은 수다를 시작한다. 물이 끓으면 종이컵과 머그컵에 물을 담고 잘 섞어 준 다음 양손에 하나씩 들고 내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는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 바탕화면에 떠있는 폴더를 경치 구경하듯 멍하니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다. 1~2분 정도의 커피 타임이 끝나면 달력에 적어놓은 주요 일정 확인을 시작으로 하루의 업무를 시작한다. 예전부터 그래 왔고 복직 후에도 이 루틴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았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몸은 회사에 적응을 하나 보다.


다른 직원들을 보아도 비슷한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 다르다면 좋아하는 커피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 나는 이나영 커피라 불리는 맥심 모카골드를 좋아하고, 다른 분은 김연아 커피라는 화이트골드를 즐기고, 또 다른 분은 공유 커피인 카누를 좋아한다. 광고하는 사람이 좋아서 마시는지, 그 커피가 특별히 맛있어서 좋아하는 건지는 알  없다. 나는 맥심 모카골드를 너무 오래 마셔와서 그런 건지 습관적으로 그것만 집게 된다.


그렇게 대부분의 직원들은 출근과 동시에 믹스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자연인에서 직장인으로 회로를 갈아 끼우며 변신을 한다.


K푸드 발명품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믹스 커피를 마신다고 광고처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느끼진 못 한다. 다만 멈춰있고만 싶은 차에 시동을 켜고 겨우 다음 주유소까지 버티면서 갈 수 있을 정도의 연료를 주입한다는 심정으로 마실 뿐이다. 그래서 점심 먹고 또 한 잔을 마셔 주어야만 오후의 긴 시간을 달릴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내 몸에 연료 같은 믹스 커피를 넣어 주며 대한민국 수 천만명의 직장인 중 한 명이 되어 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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