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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생 Apr 07. 2022

온 가족의 코로나 확진기-(1)

"자기야. 우리 딸 목이 아프다고 해서 자가 키트 했는데 두 줄 나왔어"

"진짜. 지금 바로 갈 테니깐 다들 마스크 쓰고 기다리고 있어"

금요일 오후 6시 퇴근을 준비하던 중 아내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지금까지 우리 가족들에게는 오지 않았던 앞으로도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코로나가 갑작스럽게 그것도 깊숙이 우리 가족의 삶에 껴들어왔다.


늦은 저녁이라 딸아이만 화장실이 딸린 안방에 별도로 격리를 시켜놓고 재운 후 다음날 오전 9시 보건소 선별 진료소가 문을 열자마자 두 줄이 그어진 자가진단키트를 가지고 갔다. 가족이라 하더라도 우선은 두 줄이 나온 사람만 검사가 가능하다고 해서 딸만 혼자 진료소에 들어가 검사를 받고 왔다. 검사를 받고도 결과는 뻔할 듯하여 딸은 계속 안방에 격리를 시켜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밥도 따로 먹고, 잠도 따로 자고, 놀지도 못하고 우리 딸은 울기만 하고 우리는 가슴 아픔을 속으로 삭이며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7시 45분경 딸이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는 문자가 왔고 딸을 제외한 우리 3명은 딸이 확진되었다는 문자를 보여주고 다시 선별 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받기 전 7살 막둥이가 검사를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었는데 처음 이어선지 얼떨떨한 상황에서 끝나버렸다. 코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나갈 때 울어야 하나 울지 않아야 하나 결정을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나와 아내가 "우리 아기 울지도 않고 검사 잘 받네""대단하다""용감한데"라는 칭찬을 해주자 웃으면서 "응. 안 아팠어. 괜찮아"라며 해맑게 웃어주었다. 잘 넘어갔다. 다행이다.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고 집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생활을 해야 했다. 첫날 안방에 딸을 넣어두고 문을 닫고 있었는데 딸도 무섭다고 하고 우리도 불안해서 문을 열어놓은 대신 비닐로 장막을 치고 비닐 아래로 음식을 넣어주었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싶다.


그렇게 격리되어 무섭고 심심한 딸의 10번의 울음과 우리의 한탄과 함께 일요일을 어찌어찌 넘겼는데 월요일 아침 이번엔 아들이 확진이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나와 아내는 음성이었다. 3차까지 맞은 예방접종의 효과인가 아니면 혹시나 슈퍼 항체를 가지고 있나 싶었다. 암튼, 이젠 아들도 비닐 속 공간인 안방으로 들어갔다.

차라리 가족 4명이 모두 다 같이 걸렸으면 하고 바랬었다. 그러면 격리를 하더라도 집안에서 우리끼리는 평소와 같이 생활할 수 있을 테니깐. 그런데 아이들만 걸리고 어른은 멀쩡한 상황이 되어버리니 더 복잡해졌다.


그중에 큰 아이는 하루 정도 열이 좀 나고 잔기침 정도만으로 넘어갔는데 막둥이는 확진 문자를 받은 그날 오후부터 열이 39도 가까이 나오고 밤에는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둘 다 식욕이 없어졌으며 눈으로만 봐도 살이 쭉 빠진 것 같아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결국 계속 보채며 우는 아이를 혼자 둘 수 없기에 아내가 마스크를 쓰고 안방으로 들어가 아이를 안고 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매일 아침마다 자가진단키트를 했었고 수요일까지는 특이사항은 발생하지 않았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렵고 이상한 격리생활 4일째가 되니 나도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와이프도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목요일 아침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자가 키트를 했고 아니나 다를까 우리 부부 모두 2줄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말이 씨가 된다고 이로써 가족 4명이 모두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다.

우리는 목요일인 오늘 각자 2줄이 나온 키트를 가지고 또 선별 검사소에 갔고 코에 면봉을 집어넣었다. 근데 첫날은 그냥 따끔한 정도로 끝나서 괜찮았는데 오늘은 면봉을 집어넣을 때부터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고, 면봉을 빼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면봉으로 찌른 코와 같은 방향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와이프와 서로 한쪽 눈에서만 흐르는 눈물들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배꼽 빠지게 웃었다. 아프고 웃겼다.


이왕지사 온 가족이 걸려버린 코로나 크게 아프지 않고 넘길 수 있기만을 바란다. 아이들은 5일 지난 지금은 식욕은 여전히 없지만 열이나 기침은 다 나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기침을 한 번 하면 목이 찢어질 듯하고, 양 옆구리 쪽 뼈가 시리듯 아프다. 와이프는 입안이 아프다고 하는데 코로나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우리 부부의 최종 코로나 확진 여부는 내일 문자로 오겠지만 99%로 확진일 거라 생각하기에 앞으로 또 일주일을 우린 집안에서 버텨야 한다. 이제는 격리 공간이 방안이 아니 집안으로 범위가 넓어졌고 주택이라 마당도 있기에 나갈 수 있는 공간이 아파트보다 조금 더 있긴 하지만 답답하긴 매한가지이다.  


참 별스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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