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책 한 권
특이하다. 이렇게도 살 수 있나? 어떻게 한 집에서 사는 게 가능하지?라는 물음과 궁금함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의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덮는 그 순간까지도 솔직히 난 이해하지 못했다. 혈연이나 부부관계로 엮이지 않는 사람과 한 집에서 살기 위해 같이 돈을 모아(정확히는 빚을 져서) 집을 짓고, 1층은 책방으로 2층이라는 공간에서 거실과 화장실, 샤워실을 공유하며 수년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뭐 굳이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필요가 있지는 않겠지만 이 사람들은 또 굳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은 느슨한 가족이라 서로를 칭하는 우엉, 부추, 돌김 세 명이 함께 써 내려간 책이다. 부추와 돌김은 법적인 부부이며 우엉은 부추의 친한 후배이다. 우엉과 부추는 교대 출신의 초등학교 선생님이며 돌김은 기자 출신이며 현재는 '책방 시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이 세명은 한 집에서 동거 동락하고 있다.
부부가 같이 사는 거 당연하다. 친한 후배와 같이 사는 일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한 부부와 부부 중 한 명 쪽의 후배와 세 명이 같이 사는 일은 들어 본 적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들은 그 일을 하기 위해 수년을 고민하고, 계획하고, 계획이 어긋나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훨씬 작은 우엉(후배)의 자취방에서 6개월 정도의 동거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보러 가는 건 더 특이하다. 우엉(후배)의 전 남자 친구의 엄마(이 세명에게 가장 큰 동기와 용기를 준 사람)와 함께 땅을 보고, 그 땅을 계약할 때에는 전 남자 친구의 엄마뿐 아니라 전 남자 친구와 전 남자 친구의 친구까지 함께 간다. 대체 이 사람들은 어떤 가치관과 삶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책은 수 십 번의 이사를 다닐 수밖에 없었던 세 사람이 안정감 더 정확히 말하면 따뜻한 햇살을 온전히 가질 수 있는 집을 갖기 위한 고분 분투기이며, 그들의 공동체 가족을 나처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을 설득하며 살아가기 위한 답변들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서로 다른 삶을 30년 가까이 살아온 사람들이 한 집에 살아가는 게 아무리 가치관이나 삶의 지향점이 일치한다 하더라도 쉬울 리가 없다. 그들도 싸우고 다투며 그러면서 또 화해하며 하나씩 더 알아가는 과정을 지금도 밟고 있다.
이 책은 2020년도 나온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던 시점에 집에서 시켜보던 한겨레신문 토요일판에 이 책의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집과 운영 중인 책방에 대한 기사가 쓰여 있었다. 그 내용에는 특이한 이 들의 느슨한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기에 아직도 세명이 잘 어울려 살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잘 살아가고 있든 아니면 지금은 각자 다른 선택을 했든 그런 것보다 이런 공동체의 삶을 살아보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던 것, 남들이 걷는 길과는 다른 인생을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그 시점에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었던 이들에게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