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책 한 권
뉴스 방송 작가이자,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비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1인 2 묘 가구에서 1인을 담당하고 있는 1985년생 저자의 '지속 가능한 1인용 삶을 위한 인생 레시피'인 결혼을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책을 고르는 별도의 기준은 없다. 그냥 도서관을 걷다가 내 눈높이(키가 184cm이니 눈높이는 그 보다 조금 아래이지 않을까 한다)에 꽂혀 있는 책들 중 그날 그 시간에 내 눈에 괜찮아 보이는 책을 빌릴 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19세부터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한 남의 소유의 작은 집을 떠돌다 14년 만에 수도권에 1억원 조금 넘는 목돈에 대출을 받아 자가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수도권에 집을 구매할 수 있는 노하우나 재테크 방법을 다룬 부동산 관련 책은 전혀 아니다. 읽다 보면 괜찮은 부동산 책을 저자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생각도 든다.
오히려 이 책은 저자가 여성 세입자로서의 당해야 했던 부당함과 두려운 상황을 없애기 위해 나만의 집을 구해야만 했던 이야기. 하지만 뉴스 방송 작가라는 프리랜서 직업 다른 말로 비정규직인 저자에게는 집을 구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대출조차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 집만 사면 모든 게 드라마틱하게 좋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삶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자가살이 초반의 이야기. 집을 살 때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지금의 경기도 고양시 21평의 아파트와 서울 노원구의 18평 아파트 중 고양시 아파트 선택함으로써 갖지 못하게 된 수억 원의 집값 상승비용에 대한 서러움과 안타까움 등 자가를 갖게 되었다고 행복하기만 하진 않습니다라는 말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반면에, 자기만의 공간을 갖게 되면서 시작하게 된 선택적 미니멀 라이프의 삶과 그 삶에서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얻게 되는 이야기. 호캉스가 필요 없는 편안함을 느끼며 지내는 삶의 이야기.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고양이 2마리를 키워도 되는 내 집의 이야기로 점점 행복해지는 삶에 대해서도 말을 해준다.
집 없는 자가 아닌 집 없는 '여자'로서 겪는 설움을 딛고 견디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 그 '설움'을 겪고 있는 타인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줌으로써 이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올해 내가 결혼 13년 차인데 결혼 직 후부터 재테크에 대한 감이 유독 뛰어난 아내 덕분에 세입자로서의 삶을 살아본 적이 단 하루도 없다. 반대로 지방의 소형 아파트이지만 몇 채를 소유하고 있어 임차인을 두고 있는 임대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저자와는 반대되는 상황에 놓여있기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싶은 상황도 있긴 하지만 남녀를 떠나 같은 사람으로서 공감하고 위로해 주고 싶기도 했다.
처음에 표현한 것처럼 저자가 여자이며 비정규직이고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책 내용이나 문체가 냉소적이고 사회 비판적으로 적시되어 있지는 않다. 오히려 담백하고 담담하게 본인의 일을 서술하고 있기에 더 마음에 크게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 격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읽은 책이라 그런지 집, 공간, 가족과 타인에 대해 한번쯤 더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