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성추행 경험은 7살 때였다.
학교가 끝나고 동네 보습학원에 갔다.
내가 학교 행사의 사회를 맡게 되면서 엄마가 드레스를 하나 사줬다.
그날은 왠지 그 공주스런 드레스를 입고 학원에 가고 싶었다.
수업 10분 전에 도착해서 학원 로비를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그때 원장실 문이 빼꼼 열리더니
윗 머리는 이미 다 빠져서 맨질하고 배는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원장님이
나보고 잠깐 들어오라고 했다.
"얘. 너 이리 와. 여기 앉아."
라고 말하며 자신의 소파 팔걸이를 손으로 탕탕 두드렸다.
할머니는 늘 나에게 어른 말씀은 잘 들어야 한다고 했다.
어른을 보면 항상 먼저 인사하고 공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원장님이 거기 앉으라고 해서 나는 팔걸이에 어색하게 걸쳐 앉았다.
"학원은 다닐 만하니? 요즘 학교는 어떠니? 힘든 건 없니?"
뻔한 질문을 하며 그는 자신의 팔로 슬쩍 내 허리를 감쌌다.
"아 네..."
그 어린 나이에도 직감이 왔다. 이 사람이 나와 대화를 할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계속 형식적인 질문들을 하며 그의 손을 이동시켰다.
나는 메두사의 눈을 바라보게 되어 돌이 된 인간처럼 굳어갔다.
'설마... 문 한 짝만 넘으면 애들이 한 다스는 넘게 있는데.
게다가 다른 선생님들도 계신데. 설마 이런 곳에서 설마..."
마음속으로 설마만 되뇌는 와중 그의 손은 어느새 내 치마 속을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일말의 믿음이 있었다.
저렇게 나이 많은 아저씨가 날 이성으로 대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키만 조금 컸지 아직 가슴 봉우리도 나오지 않은 나이의 여아를 설마.
그는 처음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설마를 백번쯤 외쳤을 때인가
그의 검지 손가락이 나의 허벅지 옆면을 타고 올라와 팬티 옆 고무줄을 당겼다.
그때까지도 나는 돌이 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당연히 7살보다 많은 나이었다면 약간의 저항이라도 해 볼 법했을 거다.
그런데 7살이다. 상황 판단이 쉽지 않다.
그때 누군가 급하게 원장실 문을 노크하며 열었다.
"원장님. 지난번에 시키신 물품이..."
한 여 선생님이 화물 상자를 받고 원장님에게 보고하려는 거었다.
아저씨의 손은 마치 비열한 뱀처럼 빛의 속도로 빠져나갔다.
"흠. 흠. 이제 가보렴. 수업 잘 받고~"
나는 다시 교실로 돌아왔지만 공부는 할 수 없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엄마를 보며 고민했다.
이걸 말을 해야 되는지, 안 해야 되는지
그때 나의 엄마는 한참 나이도 젊거니와 할머니의 자개장롱을 혼자 들어 옮길 만큼 기운도 셌다.
물론 엄마가 아무 하고나 싸우는 싸움꾼은 아니라지만
예상하건대 엄마는 너의 손을 토막내서 초장에 찍어 너의 입에 넣어주마라고 말했을 법하다.
고민한 결과는 참담했다.
원장실에는 cctv도 없다. 증거가 없다.
엄마가 항의해도 증거가 없다고 잡아뗄 것이다.
증거가 없으면 나와 엄마는 미친년 취급을 받겠지.
아 머리가 복잡하다.
그렇게 며칠을 앓다가 결국 말을 하지 못했다.
길거리도 아니고, 산도 바다도 아니고
고만한 애들 공부하러 다니는 학원에서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상상이나 했을까.
그때 한 선생님이 문을 열지 않았다면
나는 어디까지 무력해져야 했을까.
감시카메라도,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낭만도 있었지만 위험도 많았던 시절
아기가 이뻐서 만지는데 뭐가 문제냐고 당당했던 시절
여자 아이는 튀는 옷을 입으면 안 된다고 나무랐던 시절
미처 말하지 못한 아이들의 상처가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