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먹사님 Oct 10. 2020

나만 연애할 때도 외로운 거야?

지금은 연애 중! 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 외로운 이유에 대한 주관적 고찰

상대방에게 차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내 헤어짐의 사유는 늘 '넌 날 더 외롭게 해' 였으니까. 왜 그럴까, 깊이 고찰을 해봤다. 문제와 원인을 찾아야지 해결하든지 극복하든지 하니까. 그래서 가설 몇 개를 세워봤다. 이 가설들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것이다. 본인이 나와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고 해서 나와 같은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설 1. 드라마, 영화 등 미디어의 영향이다 - '드라마 퀸 '


- 내가 성의 눈을 뜨고, 사랑에 가슴 설레어하던 때. 당시 나는 연애를 글이나 미디어를 통해서 배웠다. 그런 내가  처음 접한 '사랑'에 대한 콘텐츠는 드라마였는데, 2000년대 중후반 당시 인기를 끌던 드라마는 '파리의 연인', '내 이름은 김삼순', '커피프린스 1호점'이었다. 여자 주인공 인생을 바꿔줄 구원자처럼, 재력가인 남자 주인공이 짜잔 하고 나타나서 우여곡절 끝에 둘은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문제는 드라마 속 남자들이 너무너무 멋있고, 저 여자 없인 못 살 것처럼 굴고, 시도 때도 없이 심장을 박살 내는 멘트를 때린다는 것. 하지만 우리네 현실 속 연애는 어떤가. 그래, 비극이다.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해피엔딩을 누리는 이는 소수다. 그럼에도 내 연애는 달라야 한다고, 내가 저 소수에 들어야 한다고, 저렇게 알콩달콩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 없나 가슴에 손을 올려봤다. 많았다. 망했다.




가설 2. 내가 아니라 네가 문제다 - ' 아무튼 니 잘못이야'


-  일단 내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남 탓하는 게 속 편하지 않나. 연애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쌍방의 관계다. 그렇다면 꼭 내 문제만은 아니지 않을까. 이 유형은 세분화하면 두 가지로 다시 나뉘는데, 직업적 특성과 가치관 차이다.


직업적 특성을 먼저 얘기해보자면 내가 만난 사람들은 프리랜서, 스케줄 근무자, 투잡 직장인이 꽤 있었는데 그들은 한결 같이 바빴다. 온전히 수입이 자신의 뜀박질과 비례하기에 그랬다. 하지만 장시간 연락이 안 되거나, 짧게 얼굴조차 보기 힘들어 2,3주나 지나야 만나는 관계에 이내 난 지쳤다. 그러다 보니 20대 후반에 들어서는 연애 철칙이 생겼다. 출근하는 요일과 시간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 휴무가 다르단 건, 그건 결국 한쪽의 희생이 요구된다는 것.


다음, 가치관 차이. 그 사람 자체가 연락이나 만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관계 맺어짐'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경우. ' 진짜 그런 사람이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있다. 그런 사람이 있다. 그들의 그러한 이유는 여러 원인이 있기 때문에 이렇다 정의를 못 내리겠다. 그냥 나와 성격이 다른 걸 수 도 있고, 상처가 깊은 사람이어서 자기 보호적으로 그런 태도를 취하는 걸 수 도 있고. 어쨌거나 나와 다른 연애 가치관을 가진 사람. 이걸 어떻게 고치나. 난 그 사람의 연인이지 심리치료사가 아닌 걸.



가설 3. 애정결핍 혹은 자존감의 문제다-  '다 내 탓이다'


- 앞선 가설 1은 귀엽게 느껴지고, 2는 내가 문제가 아니라 안심했다면 마지막으로 복병이 있다. 바로 가설 3 '다 내 탓이다 유형'.  외국의 유명한 드랙퀸이자 탤런트인 '루 폴'이 진행하는 '드래그 레이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루폴이 미션 중 늘 뱉는 캐치 프레이즈가 있다.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날 사랑하겠어요?', 즉 'love yourself'.  를 외친다. 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연애는 그래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주로 성사되곤 했다. 그 사람이 내게 소중히 대해주고, 특별한 사람처럼 다룰 때 나는 나의 가치를 되새기곤 했다. 하지만 사람이 늘 그러기란 게 쉽지 않다. 밑 빠진 독에 끊임없이 물을 붓는다고 차진 않듯, 난 늘 사랑하면서도 받는 사랑만으로는 갈증을 느꼈다. 혹은 그 사랑이 언젠가 떠나지 않을까란 불안에 계속해서 사랑을 확인하곤 했다.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했다. 스스로 사랑받아 마땅하단 생각이 없으니 상대의 사랑에 대해 쉽사리 믿음을 갖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모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도 속 시원하게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나는 오늘도 매일 나를 내려놓고, 다시 붙잡길 반복한다. 다만 가설 1은 이제 환상이란 걸 깨달았고, 가설 2는 조금이나마 사람을 보는 안목을 길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가설 3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소소한 행위를 달성하려 한다. 10대 때나 30대를 코앞에 둔 지금이나 여전히 나는 서툴고, 외롭다. 하지만 언젠가 시간이 흐른 후에는 가설 3도 해결했다며, 별 일 아니라고 여길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지금 연애 중이지만 외로운 사람들이여, 힘내라


매거진의 이전글 추억 보정이란 말 아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