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먹사님 Jan 18. 2023

초밥 하나도 양보할 수 없어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것의 의미



‘정말 다 감수하실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비롯해 각종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드라마 스카이캐슬.

과도한 입시 경쟁과 성공에 대한 욕망을 그려내 큰 인기를 끌었던 이 드라마는 마지막 화에 이런 장면이 하나 나온다.

일방적으로 조아리고 쩔쩔 메며 고부간 갈등을 겪던 염정아(한서진 역)에게 정애리(시어머니, 윤여사 역)가 나란히 식사를 하다 초밥 하나를 내어주는 장면.


여기서 초밥은 둘 사이의 관계가 일방적인 상하관계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밥을 나눠 먹는 사이로 바뀌었음을 은유적인 수단으로 작용한다.


나도 저렇게 내 초밥을 과감히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생각해 보니 없다. 그럼 있던 적은? 하고 고민해 보니 그조차 없다. 이상하게 초밥은 양보하기가 싫다. 나눠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향과 맞물려 초밥은 내 최애 음식 중 하나가 됐다. 그래서 더 양보하기 싫다.


값이 비싸서도 그렇지만, 초밥은 한 줄을 온전히 다 먹어야 비로소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 물론 양보해주고 싶었던 사람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 한 명, 나 혼자 사랑했던 사람이 한 명, 항상 미안한 사람까지 또 한 명. 그래도 세명이나 된다.


고작 초밥 하나다. 하지만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을 떠올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사람이 또 생기긴 할까? 어쩌면 내 초밥은 이제 원하든 원치 않든 나 홀로 온전히 먹어 ‘치워야 ‘ 하는 한 상이 돼버린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함께 하는 식사, 함께 보내는 시간, 내 접시에 놓인 음식을 나눠 주는 기쁨, 그 모든 것들이 잠시 그리움과 함께 아득한 감정의 파도로 나를 휩쓸리게 한다. 퇴근길 지하철 안 시끄러운 사람들의 목소리, 안내,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초밥 하나를 양보하는 것에도 고민하는 나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 오로지 내게 집중해 살아간다. 이런 삶이 불행하진 않지만, 원했던 삶이 맞는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 외로움에 잠겨 죽기 전이 아닌 아직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때 말이다. 조만간 개인주의, 비혼주의로 무장해 놓은 껍데기 뒤에 여린 나를 만나봐야겠다. 그리고 물어봐야지.


‘너, 괜찮아?’

매거진의 이전글 겨울철 델리만쥬 냄새는 치명적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