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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먹사님 Jan 24. 2023

연휴, 알차게 보내셨나요?

내 마음에 쏙 드는 팟타이 레시피 찾기 같은 명절 보내기



할 일 없이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고 있는 하루. 그렇게 기다렸지만, 막상 연휴가 되니 할 게 없어 그동안 못 본 드라마나 예능 같은 것을 몰아봤다.


이렇게 잔잔하게 보내는 연휴는 오랜만이다. 그래서일까, 뭔가 마음 한편이 영 찜찜해 어제는 등산도 했다. 영화도 한 편 봤다.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잠도 원 없이 푹 잤다. 이 정도면 꽤 괜찮게 보낸 것 같지만, 어째 좀 심심하다.


예전이라면 돈이 있건 없건, 항공권이 비싸든 간에 동남아 여행이라도 다녀왔을 텐데. 그래, 2박 3일 동안 갈 곳이며 먹을 것, 살 것까지 빼곡하게 적어서 말이다. 만일 태국을 갔다면 여행자들의 천국 카오산로드에 들려 팟타이도 한 그릇 먹고 말이지. 아, 정정해야겠다. 카오산로드 말고 근사한 식당에 가서 먹는 걸로.


태국 여행 당시 찍은 사진


휘황찬란한 후기로 인해 기대감에 차서 먹었던 카오산로드에 팟타이는 생각보다 맛이 없었다. 오히려 이름 없는 한 식당에서 먹은 팟타이가 더 맛있었다. 그 맛에 반해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팟타이 맛집을 찾아 돌아다녔는데, 어딜 가도 그 맛이 안 났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으려 하면 재료가 문제였다. 지금이야 해외 식재료를 구하기가 예전보다 쉬워졌지만, 그땐 타마린드나 피시 소스 같은 팟타이의 핵심이 되는 재료들을 구하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타마린드는 땅콩잼으로, 피시소스는 액젓으로 대체해 만들곤 했다.


이렇듯 나의 팟타이 사랑은 한 때 열정적이라 할 만큼 굉장했지만, 번거로움과 귀찮음으로 인해 기간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했었지만, 길게 가지 못했던 것들 중에 비단 팟타이 하나만 있을까. 한 때는 꿈이 그랬고, 취미도 그랬고, 사랑이 그랬던 적도 있다. 시작은 뜨거웠지만, 귀찮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내팽개쳐 버린 적이 많다.


우리네 인생은 밀키트와 달라 재료와 조리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으니까. 그래서 스스로 하나하나 재료를 모으고 다듬고 조리 방법을 찾고, 또 내 입맛에 맞게 적용시켜야 한다.


이번 설 연휴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다. 친구를 만나지도 않았고, 여행도 다녀오지 않았고, 정말 그 어떤 거창한 것이라곤 하나도 하지 않았다. 나는 설 연휴를 보내는 새로운 레시피를 찾은 걸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어쩐지 귀한 시간을 허투루 썼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새로이 찾은 레시피는 그다지 내 입맛에 맞지 않나 보다.


해가 질 무렵, 산책 삼아 마트에서 팟타이 밀키트라도 하나 사 올까. 오랜만에 다시 만드는 팟타이는 어떤 맛일까? 아마도 현지의 맛보다는 못하겠지. 그래도 이번 팟타이는 어쩌면 조금은 내 입맛을 만족시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아니라면 그건 그거대로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괜찮다.

다른 레시피를, 다른 밀키트를 찾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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