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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써니 Feb 26. 2023

설렘시작

무언가의 시작

앱에서 알려주는 오늘 아침 기온이 영하 3도였다. 바람까지 불어 더 추울 거라는 일기예보에 따뜻한 코트를 입고 외출을 했다.  바람이 불어 쌀쌀했지만 어디선가 흑냄새, 봄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겨우내 움츠려있던 세포들이 조금씩 꿈틀대는 것 같았다. 


3월이 되면 아이가 개학을 한다.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두 달여 만에 가는 학교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1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다이소에 가서 새 학년에 사용할 노트와 파일, 문구류를 샀다.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노트가 아닌 무지 노트를 고르는 걸 보니 아이가 크긴 컸나 보다. 아이가 물건을 고르는 동안 나도 메모지, 파일, 스티커를 샀다. 아기자기하게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학교 의자에 두고 사용할 방석까지 한 아름 사들고 집으로 왔다. 비닐을 하나하나 벗기고 정리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말을 건넸다.


"새 학년이 되니까 설레?"

"응... 설레는 것 60, 걱정되는 것 40? 그 정도 되는 것 같아."


작년 이맘때만 해도 빨리 학교를 가고 싶다고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다고 기대감이 크던 아이였다. 그새 늘어난 걱정 40은 뭘까?


"설렘 60에 걱정이 40이야?"

내가 물었다.

"응, 어떤 친구들을 만날지, 5학년때 친구들처럼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걱정이 40? 정도인 것 같아. "

아이는 자신의 마음이나 원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딱 하나로 말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엄마와 놀고 싶은 마음 58에 친구와 놀고 싶은 마음 30에 혼자 있고 싶은 마음 10 정도가 된다며 원그래프 설명하듯이 이야기를 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나의 새 학기를 떠올려봤다. 새삼 아이의 원그래프식 말버릇에 나의 마음에도 원그래프로 하나를 그려본다. 나는 어땠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아이처럼 표현을 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물어보지 않아서였을까)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던 것 같다. 긴장감속에서 3월을 보내고 또 한해를 열심히 살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3월은 늘 기대가 되었다. 


이번 3월도 그렇다. 재택근무가 많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를 간 이후 집중해서 일을 빨리 끝낼 수도 있고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3월이 며칠이며 온다고 하니 왜 이리 설레는지 꼭 소풍을 며칠 앞둔 아이와 같은 마음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도 가고 싶은 곳도 많지만 올 3월은 나를 위해 시간을 많이 내고 싶다.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싶다. 그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고 나와의 대화를 많이 하고 싶다. 


평일인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하며 살림하며 아이와 함께 하다가 매주 토요일에 강의가 있고 주일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오면 다시 월요일이다. 이런 일상이 올해로 9년 차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피곤이 쌓여갔고 금요일저녁부터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서 올해에는 나에게 휴일을 주기로 했다.  매주 월요일은 자체 휴일로 지내는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바쁘고 분주하게 보내고 나서 월요일 하루는 잠시 쉬어가는 요일로 지내는 것이다. 일 없이 온전히 나만을 위한 하루로 보내보려고 한다. 나를 위한 안식일? 이렇게 표현해 볼까? 월요일을 안식일로 보내야지..라고 마음먹고 나니 주말이 부담스럽지가 않다. 월요일에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해볼까? 하는 생각에 더 기대가 된다.  때로는 하루 종일 잘 수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혼자 짧은 기차여행을 다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문구거리에 가서 아이쇼핑을 신나게 할 수도 있고 오랜만에 시장 구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날은 채광이 좋은 카페 창가에 앉아 하루 종일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설렘이 시작되었다. 올해 나는 생기 있는 나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무엇이 생기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답게 생기 있게 살고 싶었다. 3월이 되니 생기가 올라온다. 매주 월요일을 아티스트데이트로 보낸다고 하니 생기가 올라온다. 설레니 생기가 올라온다. 나를 설레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쭉 적어보고 하나씩 해봐야겠다. 도대체 나는 언제 설레는지 하나씩 하나씩 적고 해보다 보면 나를 더 잘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설렘 포인트 하나. 지금처럼 글을 쓸 때 나는 설레는구나.. 알았다. 설렘포인트를 마구마구 쌓아가야지.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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