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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써니 Mar 05. 2023

미라클 모닝의 기억

꿀잠이 그립다. 

새벽 5시에 일어난 적이 있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3개월간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수영을 배우고 싶었지만 집 근처는 물론 5km근방에도 자리가 없었다. 대기를 할 수 있는 곳 모두 이름을 올려놓았는데 집에서 가장 먼 거리에 있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에는 꼭 배우리라는 마음으로 새벽 6시타임에 등록을 했었다. 마침 운전연습도 해야하는데 잘됐다 싶었다.

어두운 새벽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타고 예열을 하는 동안 내가 좋아하는 김동률의 노래를 플레이했다. 차가 많지 않은 새벽길,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운전하는 기분은 꽤 괜찮았다. 수영장에 도착해서는 준비운동을 하고 음파연습을 하고... 잘 못하는 수영이지만 물 속에서 진공상태가 된 듯한 그 기분이 황홀했다.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이 된 시간이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침준비를 하면 시간이 딱 맞았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니 하루가 길었다.  계속 될 것 같았던 모닝 수영은 오래가지 못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19로 잠시 멈추었던 수영이 지금까지 멈춰져 있다. 


사진: Unsplash의Haley Phelps




입사하고 첫해에 회사는 강남이었고 우리집은 부천이었다. 10분만 늦게나오면 도착 시간 30분 이상 차이가 났다. 5시 50분에 집을 나오면 회사 도착 시간이 7시 10분 이었는데 조용한 시간에 내 책상에 앉아 글도 쓰고 처음 배우는 업무를 익히기도 했다. 그 당시 과장님도 7시 30분이면 도착하셨는데 본인보다 먼저 도착해있는 나를 보고 놀라셨다. 길이 밀려서 늦을까 싶어 아예 일찍 나온다고 말씀드렸더니 5시 50분에 나오면 얼마나 피곤하냐며 지각을 해도 괜찮으니 더 천천히 나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과장님 덕분(?)에 나의 기상시간은 한 시간 늦처졌다. 그래도 6시에는 일어나야 늦지 않을 수 있었다. 

회사가 을지로입구로 이전을 하고 나서는 그래도 출근시간이 단축됐다.  나는 5시 50분에 집을 나서서 회사근처 영어학원의 7시 수업을 들었다. 한 시간 수업을 듣고 출근을 해도 여유가 있었다. 

사진: Unsplash의Egor Litvinov



수영을 했을때나 일찍 출근을 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일찍 일어난 그 날들 대부분 나는 낮 2시 정도가 되면 집중력이 확 떨어졌다.  눈은 뜨고 있었지만 거의 몽롱한 상태였다. 특히 회사에 다닐때는 정말 너무 괴로웠다. 그도 그럴것이 나의 평균 취침 시간이 새벽 1시 정도였다. 4시 정도의 취침시간은 나와 맞지 않았다. 나는 최소한 6시간~7시간 정도 자야 평균 컨디션을 유지했고 8시간 잔 날은 하루 종일 쌩쌩했다. 그런데 4시간 정도를 매일 잤으니 피로가 누적이 될만도 했다. 아무리 20대라고 해도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주말에도 노느라 공부하느라 더 바빠 피로 회복 따위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오늘은 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읽고 싶은 책을 펴 놓고 읽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졸고 있었다. 소리의 주인공은 남편이었다.

"졸리면 자. 왜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어." 

나는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졸고 있었나보다. 


오늘 우연히 김경일교수님의 강의 후기를 보았다. 사람마다 신체리듬에 맞는 수면 시간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과 상관없이 잠을 적게 자는 사람들의 경우 '논리 적인 판단이 불가'할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보다 잠을 적게 자면 유독 예민하고 날이 서 있을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자기가 몇시간을 자야 하는 사람인지를 체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이었다. 


지금까지 나의 신체리듬은 낮과 밤에 더 활발했다. 그때 집중도 더 잘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막 떠올랐다. 그런데 갱년기가 되고 나서는 쉽사리 지치고는 한다. 신체 리듬이 다시 바뀐 것일까? 아침 기상 시간과 저녁 취침 시간을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수면시간도 체크해봐야겠다. 


지금 또 잠이 몰려온다. 글도 중요하지만 잠이 밀려올때 참지 말고 자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글이 좀 부족하면 어떠랴... 일단 잠부터 자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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